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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완결개정판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평점 :
산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는 거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고 내 몸에 쉼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푸르른 자연환경은 신선함과 자극을 준다. 그럼 책에서의 산책이란 뭘까? 무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꼭 알아내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산책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몸으로 하는 산책처럼 부담가지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읽기. 머리로 무언가를 꼭 얻어야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가슴으로 여유 있게 느끼며 생각하는 책읽기. 그것이 책 읽기에서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시미학산책’ 이란 책도 그런 의미로 접근하고 싶었다. 결코 친하지 않는 한자와의 만남이 부담이 되지만 작가의 친절한 설명은 그런 장애물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도록 길 안내를 잘 해준다. 결코 혼자서는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은 영역을 산책이라는 덜 부담되는 방식을 통해 안내해 준다.
그림은 세상에 보이는 현상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다. 사실성을 강조한 기법이 유행한 경우도 있지만 사실성에 작가의 표현법이 들어가 추상성이 극대한 되는 기법도 유행한다. 그러기에 단순히 ‘잘 그렸네, 못 그렸네’ 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시’도 세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법이다. 단지 형상화에서 문자화로 수단의 이동이 있을 뿐이다. 사실성을 강조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도 있지만 함축성을 강조해 한 단어 한 단어에 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시, 그림 등을 포함한 문학과 예술은 읽는 독자,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다름의 배경에는 다른 성장배경, 지식수준 등이 연결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하도록 훈련받아 온 나로서는 ‘한시’라는 종목을 접함에 있어서 자연스레 정답을 찾으려는 습성이 나타났다. ‘왜 비 오는 모습을, 그리고 왜 나무가 우거져 있는 모습’ 등을 묘사하는 시를 썼는가?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것처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려고만 했다. 그 시를 지을 당시 작가의 모습, 심정 그리고 나를 그 사람과 동일시해 느낄 감정과 나만의 경험에서 불러올 이미지 등을 놓쳤다. 이런 놓친 부분을 시 안내자인 저자는 짤막한 설명으로 다시 방향을 잡아준다.
시와는 담 쌓고 지낸 나. 그 와중에 처음 접한 한시. 책의 제목처럼 산책하듯 반복해 천천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거칠고 울퉁불퉁한 길도 평탄하고 매끈한 길을 걷는 것처럼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