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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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만을 바라보는 걸로는 부족하다.

그 나라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봐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모습이 형성된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지금 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모습만을 보고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성급하게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몸 안에 흡수되어 지금의 내 모습을 이루도록 도와 준 자양분, 즉 과거를 알 때만이 제대로 를 이해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이 편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유가 오랜 시간 나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나를 잘 이해해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빙하는 실제 빙하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모습은 잔잔한 바다 속에 있다. 주인공 로토와 마틸드는 눈에 띄는 빙하만을 보고 사랑에 빠졌고, 마틸드는 자신의 숨겨진 커다란 빙하를 철저히 숨기면서 그 사랑을 유지한다. 처음에 로토에 대한 마틸드의 접근에 불손한 의도가 있었지만 그를 사랑하는 감정은 실제였다. 하지만 그 사랑도 침묵으로 묻어두었던 빙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깨어지고 다시 봉합되지 못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마틸드의 로토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마틸드를 향한 로토의 사랑은 그녀의 거짓으로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얼룩진다.

 

결혼은 서로 다른 과거를 가진 이들이 만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처음에는 서로 부딪치고 오해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쌓아온 서로간의 모습을 알고 이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연애할 때와는 달리 진정 서로를 안다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로의 과거를 공유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로토는 그녀의 침묵의 거짓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과 배신감으로 스스로 이해의 문을 닫아버린다. 거짓의 시작은 마틸드가 했지만 그 끝은 로토에 의해 이루어진다. 마틸드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의 내면에 자리 잡아 있는 분노를 끄집어내려는 시도라도 해 봤다면 좀 더 나은 결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의 운명적 사랑은 이야기의 공유, 이해, 공감의 부족으로 인해 비극적 사랑으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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