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
김병수 지음 / 달콤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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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




삶은 태국이나 발리로 떠나는 여행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우리 마음은 추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북극이나 남극에 다가와 있다고 깨닫는 것이 인생입니다. 점점 추워지고 마는 인생에서 체온을 유지하려면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삶이라는 여행에서 금방 얼어 죽지 않고 끝까지 건강하게 버텨낼 수 있습니다. (p.197)

 

'좋은 마음만 가져야지' 하고 스스로를 옥죄면 스트레스가 늘어납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마음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정당히 섞여 있어야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할 때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p.166) 

 

 

예전의 나는 “즐거운 사람들”을 곁에 누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 즐거움에는 “긍정적인 사고”가 기저에 깔려있었지만, 그저 삶 자체를 즐겁게 살기만 하는 사람들도 종종 포함되곤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생각도 바뀌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다독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그래야 하기에, 나도 부지런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를 소개한다. 

 

사실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는 스스로의 감정을 관리하고 불안함을 잠재우는 마음 처방전을 다루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더라. 그래, 불안하고 예민하여 결국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을 사랑할 줄 몰라서 스스로를 내모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에게 상처 내지 않는 것, 스스로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에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돌보는 법,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태도를 바꾸어 마음도 바꾸는 법, 힘든 마음을 극복하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 나를 믿어주고 인정하는 법 등을 다루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를 믿어주는 순간 인생이 바뀐다.”라는 주제의 마지막 장이었다. 위에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나는 늘 긍정적인 사람들, 즐거운 사람들을 곁에 두려 노력했다. 하지만 몇몇 “즐겁기만 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무계획과 무현실성이 오히려 나를 걱정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거기서 오는 허망함이 무척이나 컸다. 그 감정을 올바로 들여다보지 못했었는데,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를 읽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정리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후회라는 감정이 사라진 추억이 힘은 고난을 이겨내는 힘도 함께 사라지게 한다는 작가의 말은 놀라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또 요즘 항상 생각하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인생의 의미는 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희귀한 것도 아닙니다. 일생에 늘 존재합니다. 거창한 걸 이뤄야만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게 아닙니다. 소소한 일상에 전념하는 순간 반짝이며 찾아오는 뿌듯함이야말로 인생이 주는 진짜 의미입니다. (p. 211)”라고 기록한 부분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도 했다. 

 

돌아보면 나도 한때는 나 스스로에게 상처 주며 타인이 나를 아프게 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지나고 보니 배우는 것이 있다. 분명 그 시간은 나를 성장하게 했다. 오늘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를 읽으며 인생의 후반전은 더 감정을 다독이고 관리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리라 생각했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야지, 하고 다짐하게 하는 책,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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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신문 -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비문학 독해 이야기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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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좋은 아이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에 책도 부지런히 읽은 케이스기에 “독해” 자체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수 있으나, 많은 아이가 난관으로 치는 파트가 바로 “비문학” 독해라고 한다. 더욱이 요즘처럼 초미디어, “정보의 호수”를 넘어 범람하는 “정보의 전쟁” 속에서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를 판별하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일 터. 이럴 때 아이들에게 요해지는 기능이 “비판적 사고”라고 하는데, 과연 이 비판적 사고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최근 만나본 『중등 필독 신문』이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살짝 소개해본다. 아, 이 책은 초등학생인 우리 꼬마가 읽지는 않았고 내가 읽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의 중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라고 하지만,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도움 되는 점이 많았기에 초등 고학년은 선행하는 마음으로, 고등학생들은 정리하는 도구로 만나보셔도 좋으리라 생각이 든다. 중학생들? 아이고 말해 뭐해. 덮어놓고 일단 읽어!

 

『중등 필독 신문』은 무척이나 다양한 영역으로 생각을 확대하도록 돕는다. 주제에 대해 간략한 설명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로 생각확대를 이끌 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 up”이라는 꼭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어 혼자 읽기에도, 토론이나 과제형태로 여럿이 함께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교육, 문화, 사회, 과학, 환경, 경제 등을 주제로 하는 『중등 필독 신문』에서는 교복, 촉법소년, 토론, 대학, 조별과제, 돌봄 등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주제에서부터 소셜네트워크, 인플루언서, 부캐, k콘텐츠 등에 이르는 중학생들의 관심사까지를 고루 다루고 있어 읽을거리가 무척 풍성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생각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나 사회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어 사고력 향상 및 시야 확대에 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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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 - 트라우마를 넘어 내적 자기소외를 극복하는 통합적 심리치료
재니너 피셔 지음, 조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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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수준의 치료목표는 정상적 삶을 살아가는 생존자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결코 얻지 못했던 것에 슬퍼하며, 깊은 수치심과 외로움을 느끼는 어린 부분들 사이에 점점 더 긴밀한 정서적 유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부분들과 정상적 삶을 살아가는 자기 사이의 내적 유대는 치료자를 신뢰하는 데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 협력과 합의의 버팀목이 된다. (p.228)

 

'기억처리'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정서적 취약성, 신체, 부분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외상적 촉발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자기 패배적 이야기'나 자신을 비난하는 자동적인 경향성을 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안정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부분들을 알아차리고 식별하여 구별하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외상적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는 또 다른 단계, 곧 부분들과 정서적 연결을 만들고 과거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는 회복 경험이 필요하다. (p.405)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분량도 500페이지에 달하고, 내담자의 심리치료를 다루는 책이기에 내용 면에서도 꽤 묵직하다. 하지만, 그 묵직한 만큼 전하는 메시지도 많은 책이다. 그래서 내적 상처가 있는 누구에게나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특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장본인 혹은 그 가까운 사람들은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해 드린다. 

 

세계적인 심리치료사인 제니너 피셔가 새롭게 집필한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트라우마의 본질과 이해, 심리치료에서의 내담자의 역할, 또 상담자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 트라우마의 조각들을 온전히 만나고 그 조각들을 다시 끌어안는 과정을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심리상담과 관련한 도서에서 만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자기 리더십', '마음 챙김' 등에 대해서 꽤 자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야 이것이야말로 심리상담에서 분리할 수 없는 단어임을 깨달았다. '대다수'의 심리를 이야기할 때는 당연했던 단어들을 왜 상담에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을까. 이 자체가 '심리상담'을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해온 편견과 무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의 전반부에서는 트라우마가 왜 발생하며, 트라우마들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흔들어놓는지를 풀어간다. 전문적인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해 다소 어렵기는 했으나, 무척 꼼꼼히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내용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에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다. 다소 낯설게 느껴진 또 하나는, 외상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우리나라의 몇몇 트라우마 도서를 본 적은 있었으나, 이 책처럼 직접 트라우마 자체를 만나는 것은 드물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접근이 날카롭거나 또 하나의 상처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태로 바라보게 하는 것처럼 느껴져, 상담자가 스스로와 상처를 분리할 수 있게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왜 이 책이 심리치료사와 내담자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받는지를 느꼈다. 

 

또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가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리라 느낀 것은 '내면 아이'를 만나는 부분이나 상처의 조각들을 되찾고 나로 모으는 과정들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대체로 그것을 덮어둔다. 경험해본 이들은 알지만, 해결하지 않고 덮어버린 상처는 언젠가는 곪아 터지기 마련.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별것 아닌 척 덮어놓은 상처들을 제대로 바라볼 기회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심리치료를 받는 분들이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 중에서도 10장, “잃어버린 것 되찾기”는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의 나도, 오늘날 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헤어질 것은 놓아주고, 담아둘 것은 힘껏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마음에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괜찮아 보여도 온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부디 고통을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가, 또 고통을 지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약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감히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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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말 - 인생을 살아내기 위한 철학, 에센셜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가나모리 시게나리 엮음, 김재현 옮김 / 빅피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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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말은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라. 타인의 평가는 우리의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지 마라. (p.62) 


☞소중한 사람일수록 마음을 숨겨라.

 만약 정말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그 마음을 숨겨라. 사람 사이에서의 우월감은 '어떤 경우에도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사실을 확신할 때 생긴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때때로 '당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라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때 오히려 우정이 돈독해진다. (p.95) 


☞규칙을 지키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망설임 없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칙을 어기는 자는 나라의 규칙도 어길 사람이다. (p.154) 



비록 쇼펜하우어의 성격을 알 수는 없지만, '내가 하는 말이 곧 나다'라는 그의 문장에 비추어 그와 나는 무척이나 다른 성향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대표적인 문장이 “삶은 고통으로 가득차있다 ”인 것 만 봐도, “세상은 따뜻하게 바라보면 따뜻해진다.”라고 생각하는 나와 무척이나 다른 사람이지 않나. 그래서 쇼펜하우어가 그토록 유행할 때에도, 나는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 마흔 즈음이 된 지금.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꽤 심취해있다. 그의 책을 3권이나 연달아 읽는 것을 보면 그 심취가 꽤 짙다고 생각해본다. 대체 나는 왜, 그의 문장을 갑자기 좋아하게 된 걸까. 


그 시작은 사실 『쇼펜하우어의 말』 때문이었다. 우연히 어느 유튜브에서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면 쇼펜하우어를 읽어야 한다.”고 하기에, 충동적으로 집어 든 책이 바로 『쇼펜하우어의 말』이었던 것. 아포리즘의 형태로 엮어진 이 책에서는 쇼펜하우어의 명문을 무척 다양하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말은 상세히 풀이도 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 책이 매력이 그것뿐이었다면 나는 뒤에 두 권의 쇼펜하우어를 연달아 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의 말』은 그의 명문들을 무척이나 노련하게 요리하여 소개한다. 앞쪽에서는 인생의 고통과 번뇌 등으로 독자를 흔들어놓더니, 후반으로 가면서는 결국 행복은 나에게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을 다 덮을 때쯤에는 “역시 행복은 내 안에 존재하며, 불행을 만들지 행복을 만들지도 나에게 달려있다”라는 생각을 깨우치게 만든다. 사실 나는 대부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가르침에 더욱 마음이 열렸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장의 매력에 빠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너무 예쁘잖아?) 


현대인들은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 하다못해 인터넷뉴스에 달린 댓글들만 봐도 마음이 아프고 생각이 삐뚠 사람이 많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쇼펜하우어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 그 자체가 아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인생에 닥치는 모든 일보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다. 행복과 평온은 내면에 달렸을 뿐, 그 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다. (p.183)”는 그의 말은 매일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이제서야 그가 말하는 삶에 가득 찬 고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가 그토록 치열하게 사색하며 살아왔던 까닭을 생각해보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읽는 내내 나는 온전히 내 안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고, 책을 덮은 지금도 내가 내 삶에 중심을 잡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짚어본다. 삶이 고통스럽다면, 하루하루가 버겁다면 부디 『쇼펜하우어의 말』을 만나보시길. 평안을 찾는 열쇠를 내 안에서 찾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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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마법 - 세계 교사상 수상자 자피라쿠의 아주 특별한 수업 이야기
안드리아 자피라쿠 지음, 안진희 옮김 / 롤러코스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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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삶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러 교실을 옮겨 다닐 때 복도에서 나누는 얘기들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p.198)

 

대부분 아이는 자기 전자 기기를 뺏기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이런 문제들을 숨기려고 한다. 사회는 이 아이들에게 거대한 짐을 떠넘기고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일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p.268) 

 

 

『가르친다는 마법』이라는 책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며, 사실은 과연 내가 만났던 '교사' 중에서 또는 아이가 만나고 있는, 만나게 될 교사 중에서 이런 분이 몇 명이나 계실까 고민했다. 아니 몇 명이 무슨 사치인가. 단 하나만 만나도 엄청난 영광인 것을. 그래서 나는 『가르친다는 마법』을 읽는 내내 내가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리라 생각하기도 했고, 어디엔가 이런 불씨를 가진 '선생님'들이 이 책을 만나시길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게 교사상을 받은 자 안드리아 자피라쿠의 첫 책, 『가르친다는 마법』은 아이들의 삶에서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변화를 끌어냈는지를 경험하고 기록한 책이다. 문화 예술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깨닫기도 했고, 누군가의 관심이 한 사람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느끼기도 했다. 이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의 공교육이 바라봐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감동적인 묘한 책이라고 느꼈다. 

 

환경에 의해 학습장애를 앓는 아이, 불행한 가정에 놓인 아이, 통제하기 어려운 성향이 있는 아이, 미디어 중독을 겪는 아이. 사실 이런 아이들은 이미 책 속에만 사는 아이들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꽤 많은 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작가처럼 바라보는 '선생님'을 가지지 못했고, 그런 '선생님'을 양성할 느긋한 나라를 가지지 못했다. 『가르친다는 마법』을 읽는 내내 우리와 똑같이 경쟁 사회에서 자라기는 하나, 조금은 더 나은 환경에서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의 아이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르친다는 마법』을 부러움으로만 읽는다면 실패한 독서가 아닐까. 나는 『가르친다는 마법』을 읽는 내내 작가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 언어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교사가 아니지만,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교사보다 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 

 

많은 교사가 선생님이 아닌 교사로 살기를 바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기적인 학부모, 교사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인내를 지우는 사회, 돈벌이수단으로 '교사'를 하는 일부 교사 등이 각각의 영역에서 “실력 발휘”를 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문득 이 책, 『가르친다는 마법』이야 말로 요즘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르친다는 마법』은 학부모는 내 아이를 가르치는 이에 대한 존경을, 나라는 온전히 가르치는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가르치는 자는 그 거룩한 일의 진의를 잊지 말라고 쉼 없이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도 이제 그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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