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 - 트라우마를 넘어 내적 자기소외를 극복하는 통합적 심리치료
재니너 피셔 지음, 조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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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수준의 치료목표는 정상적 삶을 살아가는 생존자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결코 얻지 못했던 것에 슬퍼하며, 깊은 수치심과 외로움을 느끼는 어린 부분들 사이에 점점 더 긴밀한 정서적 유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부분들과 정상적 삶을 살아가는 자기 사이의 내적 유대는 치료자를 신뢰하는 데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 협력과 합의의 버팀목이 된다. (p.228)

 

'기억처리'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정서적 취약성, 신체, 부분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외상적 촉발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자기 패배적 이야기'나 자신을 비난하는 자동적인 경향성을 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안정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부분들을 알아차리고 식별하여 구별하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외상적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는 또 다른 단계, 곧 부분들과 정서적 연결을 만들고 과거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는 회복 경험이 필요하다. (p.405)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분량도 500페이지에 달하고, 내담자의 심리치료를 다루는 책이기에 내용 면에서도 꽤 묵직하다. 하지만, 그 묵직한 만큼 전하는 메시지도 많은 책이다. 그래서 내적 상처가 있는 누구에게나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특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장본인 혹은 그 가까운 사람들은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해 드린다. 

 

세계적인 심리치료사인 제니너 피셔가 새롭게 집필한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트라우마의 본질과 이해, 심리치료에서의 내담자의 역할, 또 상담자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 트라우마의 조각들을 온전히 만나고 그 조각들을 다시 끌어안는 과정을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심리상담과 관련한 도서에서 만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자기 리더십', '마음 챙김' 등에 대해서 꽤 자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야 이것이야말로 심리상담에서 분리할 수 없는 단어임을 깨달았다. '대다수'의 심리를 이야기할 때는 당연했던 단어들을 왜 상담에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을까. 이 자체가 '심리상담'을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해온 편견과 무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의 전반부에서는 트라우마가 왜 발생하며, 트라우마들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흔들어놓는지를 풀어간다. 전문적인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해 다소 어렵기는 했으나, 무척 꼼꼼히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내용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에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다. 다소 낯설게 느껴진 또 하나는, 외상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우리나라의 몇몇 트라우마 도서를 본 적은 있었으나, 이 책처럼 직접 트라우마 자체를 만나는 것은 드물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접근이 날카롭거나 또 하나의 상처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태로 바라보게 하는 것처럼 느껴져, 상담자가 스스로와 상처를 분리할 수 있게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왜 이 책이 심리치료사와 내담자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받는지를 느꼈다. 

 

또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가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리라 느낀 것은 '내면 아이'를 만나는 부분이나 상처의 조각들을 되찾고 나로 모으는 과정들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대체로 그것을 덮어둔다. 경험해본 이들은 알지만, 해결하지 않고 덮어버린 상처는 언젠가는 곪아 터지기 마련.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별것 아닌 척 덮어놓은 상처들을 제대로 바라볼 기회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심리치료를 받는 분들이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 중에서도 10장, “잃어버린 것 되찾기”는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의 나도, 오늘날 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헤어질 것은 놓아주고, 담아둘 것은 힘껏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마음에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괜찮아 보여도 온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부디 고통을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가, 또 고통을 지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약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감히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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