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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제목: 수선화 살인사건
지은이: 에드거 월리스
옮긴이:
허선영
펴낸 곳:
도서출판양파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자욱하게 깔린 안개를 헤치며 가까스로 도달한 어느 수상한 건물.
두렵지만 그보다 앞선 호기심에 문고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조심스레 문을 열자 천장까지 가득 쌓인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나이테처럼 들러붙은
두꺼운 먼지를 걷어내고 조심스레 연 상자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 영화 '킹콩'의 원작자이자 영국의 유명한 추리 소설가인 존 렉스맨과의 만남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셜록 홈스와 아가사 크리스티를 잇는 영국 추리소설의 대가. 짙은 영국 색과 함께 고전 추리소설 특유의 순수함과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살짝 어렵지만 귀엽게 봐줄 수 있는 허술함까지, 그의 작품은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중 세 번째 작품 『수선화 살인사건』! 작가가 펼치는 이야기 속에 풍덩
빠져보자.
시인이자
백화점 사장인 손튼 라인은 세상에서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오만한 인물이다. 백화점 경리인 오데트 라이더에게 호기롭게 치근덕거렸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한 후 앙심을 품은 손튼은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기로 한다. 자신의 친척이자 유능한 탐정인 탈링에게 사주하여 일을 꾸미려 했던 손튼. 한데,
하늘이 노한 것일까? 사건은 의외의 방향을 흘러간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요주의 인물 손튼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 상처 입은 가슴을 실크
잠옷으로 단단히 둘러맨 채, 공원에 반듯하게 누워있던 그의 시체에는 자회번뇌(스스로 일을 자초했다는 뜻)란 쪽지와 수선화 한 떨기가 놓여
있었다. 이 기이한 상황은 죽은 이를 향한 애도였을까, 아니면 광기 어린 살인마의 소꿉장난이었을까? 손튼과 어떻게든 연관된 주변 사람 모두가
용의 선상에 오른다. 백화점 공금을 훔쳐 온 매니저 밀버그, 손튼의 미움을 산 오데트, 손튼의 죽음으로 재산을 상속받게 된 탈링, 손튼을 흠모한
전과자 샘 스테이, 게다가 탈링의 중국인 조수인 링추마저 석연치 않은 냄새를 풍기는데... 과연 손튼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추리소설의 재미는 무엇인가? 바로 범인 찾기! 『수선화 살인사건』을 읽으며 어설픈 탐정으로 분한 나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용의 선상에 오른 모두를 추적했다. 피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할 때마다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를 외쳤지만, 이런...
명탐정 코난과 김전일이 보면 코웃음을 칠 엉터리 추리로 좌절하기를 여러 차례. 결국 범인을 맞추지 못했다. 요리조리 독자의 수사망을 피해가며
무사히(?) 범인을 지켜낸 작가는 작품 마지막에 범인의 자술서로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 사연이 어쩐지 안타깝고 애잔하여 살짝
서글프기까지 했다는... 범인을 찾는 추리 부분에선 합격점! 용의자인 오데트를 갑작스럽게 사랑하게 된 탈링의 모습이 부자연스럽기는 했지만, 그
시절 그 감성으로 바라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이런 사랑도 있는 거니까. 알사탕 까먹듯이 하나하나 벗겨지는 진실 앞에 조바심내며 열심히
달린 사건이 마무리되었을 때 비로소 편히 누울 수 있었다. 잘 마른 나뭇잎을 태우듯 내 애간장을 태우며 클래식 추리소설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수선화 살인사건』. 이제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은 다 모으기로 결심! 근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가 왜 갑자기 판형이 달라진
건지... 시리즈는 같은 크기여야 예쁘건만, 갑자기 낮아진 책등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