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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평점 :
제목:
도쿄타워
지은이: 릴리
프랭키
옮긴이:
양윤옥
펴낸 곳:
알에이치코리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라면 믿고 읽어도 좋은 만큼 늘 실패가 없었는데, 도쿄타워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었다니! 책 표지를 보자마자 10여 년 전에
읽었던 <도쿄타워>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눈에 들어온 띠지 문구. '오다기리 죠 주연 영화 원작소설.' 이런. 역시 그
책이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무려 12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0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읽는
『도쿄타워』는 어떻게 다를지 기대하며 가물가물 옛 기억을 더듬어 오래전 읽었던 소설의 흔적을 되짚었다. 예쁜 새 옷을 입었지만, 그 시절 그
감성 그대로인 『도쿄타워』... 역시나 나를 울린다.
릴리 프랭키란
이름만 듣고 여자인 줄 알았던 시절, 여성이라 이렇게 섬세하게 감정을 묘사할 수 있나 감탄했다가 작가가 남자인 걸 알고 어찌나 놀랐던지. 게다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 작사 작곡에 사진까지... 이 작가에게 한계란 없는 듯 보였다. 연기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소설은 또 어쩜 이리
잘 쓴단 말인가. 『도쿄타워』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해야 할지, 책임감 없는 아버지라 해야할지 난감한 가장과 자식을 유난히 사랑한 어머니를 둔
'나'의 이야기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아버지를 향한 미움과 사랑.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아메리칸 드림처럼 도쿄타워가 있는
도쿄에서 성공하겠다는 도쿄 드림.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처럼 무너져가는 자신의 모습. 그렇게 어른 아닌 어른 아이가 되어가는
'나'...
10년 전에는 오롯이
자식으로서만 읽었던 글을 이젠 부모로서도 읽으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부모님의 자식이자, 나 역시 자식을 둔 부모로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가정은
'이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그저 '이런 삶도 있구나', '이 또한 가족이다'라며 있는 그대로 가슴 속에 파고 들어와 더 저릿하고 서글펐다.
부모님이 멀리 계셨거나 혹시 돌아가셨다면 이 책을 읽고 얼마나 더 울었을지... 부모님이 계시기에 감사하고 아낌없이 사랑할 자식이 있어 다행인
그런 시간이었다. 조금 모자라고 겉돌아도 결국 내 품 안의 자식인 것처럼, 자식 역시 부모를 포용하고 안아줄 혜안과 너그러움을 가지길 간절히
바라며 이 못난 딸은 오늘도 반성한다. 꽤 많은 독자가 나와 비슷하게 20대에 자식으로서 이 책을 읽고 이제는 부모로서 이 책을 읽을 텐데,
가족의 소중함과 언젠가 찾아올 가슴 아픈 이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진짜는 모두가 알아보는 법.
10년 전에도 좋았고 지금도 좋은 이 책 『도쿄타워』. 운명처럼 다시 찾아온 이 만남에 여유라곤 없던 가슴마저 촉촉이 젖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