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일기Z : 암흑의 날 밀리언셀러 클럽 141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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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처절한 고생을 한 주인공이 이번에도 역시 고생을 한다. 하지만 전편이 일기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긴장감을 내면화했다면 이번에는 규모와 액션을 더 강화했지만 그 고생이 가슴 깊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일기라는 형식을 더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생존 후 새로운 곳으로 오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 등을 감안해서 여러 명의 시점으로 나눈 것 같다. 이 시점의 변화가 암시를 통해 다른 가능성을 만들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잘 표현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원래 좀비 소설이 지니는 재미는 조금 약해졌다.

 

힘겹게 좀비들에게 탈출한 프리첸코, 루시아, 세실리아 수녀, 화자인 변호사와 그의 고양이 루쿨루스는 헬기를 타고 생존자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은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이다. 헬기의 부족한 연료로 그곳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도착한다. 최후의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그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역을 거쳐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생긴다. 알코올중독자인 검역원이 세실리아 수녀에게 폭력을 가한 것이다. 그와 동료는 이 사건을 프리첸코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바꿔치기 한다. 이 사건은 프리첸코와 주인공 변호사가 다시 대륙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친절하게 작가는 두 개의 요약을 통해 전편에 있었던 이야기와 어떻게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게 되었는지 설명해준다. 특히 세계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은 인도주의와 욕망이 결합한 결과물임을 잘 보여준다. 최초의 대응 실패와 정보의 차단과 왜곡 등이 사건을 키웠고,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만든 과학기술이 그 전염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강인한 생명력과 약간 잠복기가 있는 전염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좀비에게 당했다는 것을 숨기면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가족과 친구라면 쉽게 유일한 약점인 머리를 날려버릴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머릿속 이미지 몇 개는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채워졌다. 밀라 요보비치 같은 슈퍼액션 영웅은 없지만 격리된 공간 속에서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것과 이들 속에 한 명만 언데드로 변해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사실 등이 언데드의 공격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여기에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기보다 자신들의 권력을 우선시하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작가는 이런 사실을 깊게 파고들기보다 간단한 현상만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느 순간 동지가 적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시점이 다양해짐에 따라 주인공 변호사의 모험이 한 축을 이루고, 다른 한 축은 루시아를 따라간다. 루시아를 통해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면서 생존하려는 인류의 현주소와 한 인간의 절박한 생존 욕구가 허술하게 숨겨지고 통제된 공간과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왜 변호사 등이 위험한 대륙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 알려줄 때 우리의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기반에서 발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석유가 없고, 의약품 등이 없으면 단숨에 중세로 퇴행한다. 제대로 된 산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자본을 구하기는 더 힘들다. 가장 필요한 의료진마저 부족한 것은 그들이 이 전염병이 생겼을 때 가장 일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와 무기의 부족 또한 이와 유사하다.

 

두 번째 생존기는 역시 액션과 다음 편을 위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처절함이나 공포가 약하다.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간 변호사 등의 조직이 보여준 몇 가지 즉각적 행동은 너무나도 빠르게 이루어져 인간적 감정을 느낄 새도 없다. 그리고 힘들게 함께 살아남은 루시아와 프리첸코 등이 보여주는 강한 유대와 결속은 전우애를 공유한 가족처럼 다가온다. 삼부작으로 완결이 되었다고 하니 마지막 편에서 과연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인류가 생존에 성공할지, 아니면 반전이 펼쳐질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마지막 장면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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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개 - 절망 끝에 선 남자의 모터사이클 도망기
장준영 지음 / 매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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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 선 남자의 모터사이클 도망기란 문구에 혹했다. 그런데 그가 떠난 이유는 죽기 위해서였다.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이 절망에 빠진 그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인도였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집을 나온 후 동거한 여자의 매춘을 알게 된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이전에는 수험의 실패가 있었고, 허영에 들뜬 시간들이 있었다. 이런 사연을 앞에 간단하게 늘어놓고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간 인도는 가혹하다. 저자가 경험한 것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다른 여행 팟캐스트나 책에서 한두 번 이상 본 것이기 때문이다. 왠지 어색하고 작위적이라고 느꼈던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도 인도 여행이 길어지면서부터다.

 

어색하고 작위적이라고 느낀 것은 저자 이력에 나온 사진의 자세와 죽기 위해 길은 떠난 그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고, 그가 둘러본 곳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경험한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죽기 위해 길을 떠난 그가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넘어 그가 여행을 하면서 경험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사실처럼 다가온다. 끝까지 큰 무리없이 다 읽은 것도 그의 경험이 결코 평범하지 않고 거칠고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순간 울컥에서 손해 보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양아치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되짚어보니 연약한 한 남자의 작은 몸부림 정도였을 뿐이다.

 

한국에서 시작한 도망은 인도를 거쳐 영국으로 다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진다. 이 일 년 동안의 도망은 결국 자아 찾기와 용서에 대한 것이다. 바가지 요금은 당연하고 어떤 곳에서는 오토바이 퍽치기를 당하기까지 한다. 런던의 한인식당이 보여준 불법 고용과 저임금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있기에 그렇게 낯설지 않다. 이런 사장들 반대편에 선 착하고 선한 사람들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민다. 아마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순간 욱하는 그가 무사히 긴 여행을 마친 것은 이런 착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 영국, 그리스 등에서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던 것 중 하나는 낯선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적의와 공포에 대한 그의 반응이다. 많은 착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날이 선 그의 신경과 감정은 그를 평온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다. 돈에 쪼달리다 보니 여행 중 숙박은 아는 사람의 집이나 길에서 자야만 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그를 상상하고, 그때 그의 사진을 보면 왠지 잘 맞지 않다. 이력 사진과 비교하면 더욱 심하다. 몇 가지 상상을 하면서 계속 만나게 되는 그는 심약하고 경계심이 많고 욱하는 성격을 보여줘 낯설게만 다가온다.

 

사진의 선명도나 몇 쪽의 잘 보이지 않는 글자들을 생각하면 편집이 굉장히 거칠다고 느끼게 된다. 몇 가지 좋은 글을 인용하거나 자신의 속내를 매끄럽게 표현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글은 아니다. 도망기란 말처럼 여행에 대한 정보나 풍경을 보여주는 표현도 거의 없다. 실수를 반복하지만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은 죽음을 위해 떠난 청년이 아니다. 이 부분이 계속 의문부호를 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다. 읽으면서 본 그의 블로그에 접속이 되지 않아 그의 현재를 알 수 없어 아쉬운 부분도 많다. 방황하는 청춘의 일 년 여행 감상기란 부분에 공감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진한 울림과 감동이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나의 삶이 그가 걸어온 길에 공감할 것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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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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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를 알든 모르든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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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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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트롤리지 시리즈 1권이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시리즈 이름처럼 백설공주를 변주한 소설이다. 주인공 이름도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를 의미하는 루미키다. 최근에 동화를 변주한 작품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 작품도 그 중 하나다. 노골적으로 그 원작을 따라하며 변주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작품처럼 몇 개의 이미지를 빌려와 새롭게 이야기를 만든 것도 있다. 이 소설은 필란드 제2 도시 탐페레를 무대로 하고,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고등학생이다. 시작도 고등학교 사진 암실에 걸린 고액의 유로에서 시작한다. 시리즈 1권이다 보니 아직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표지에서 느낀 강렬하고 자극적인 액션이나 피나 넘칠 것 같은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인상적으로 시작한 첫 장면에 비교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만 나의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예상이 빗나간 것은 암실에 걸린 고액권과 이 돈을 가진 학생들과의 관계다. 학교 깊숙이 뿌리내린 범죄조직의 일원인 이들과 루미키의 대결을 예상했다. 가끔 학교를 배경으로 피가 튀는 액션이 벌어지는 영화나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생긴 예상이다. 그런데 이 돈은 엘리사가 파티를 하던 자신의 집 정원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피 묻은 이 돈을 씻기 위해 암실에 왔다가 이곳을 명상의 장소로 사용하는 루미키에게 들킨 것이다. 그들은 범죄조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단지 누군가에게 전달될 돈을 주은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 루미카의 과거를 꽁꽁 숨겨놓고 하나씩 풀어내어 보여준다.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기 전까지는 상상력으로 그 빈곳을 매워야 한다. 루미카가 돈을 가지고 나간 투카를 미행할 때 보여준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하나의 실수로 투카에게 미행이 발각된다. 이때만 해도 투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그의 출연 비중이 낮다. 이 사건 이후 엘리사가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이 전화가 그녀의 삶을 뒤바꾼다. 엘리사의 집에서 그녀를 진정시킨 후 그녀의 빨간 모자를 쓰고 나온다. 이것이 엘리사를 납치하려는 사람들의 착각을 불러온다. 열심히 뛰어 달아난다. 이제 그녀도 하나의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학원 액션물로 생각했다. 루미카를 과거를 숨긴 킬러라고 생각했다. 이런 오해와 착각을 가지고 읽다 보니 예상한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읽는 호흡이 약간 흐트러졌다. 중간에 작가가 집어넣은 몇 가지 이미지가 이런 오해를 더 불러왔다. 결코 루미카가 평범하지 않지만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알기 위해 북극곰의 파티에 참석했을 때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뭔가가 나올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 기대를 아직 충족시키지는 않았다. 많은 떡밥을 던져놓은 상태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광고를 보면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을 끌고 왔다. 솔직히 이 두 작가의 팬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다음 두 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아니다. 최종적인 평가는 시리즈 마지막을 읽은 후 나오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지독하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무대와 계절의 배경이 그 추위를 더 강화시킨다. 약간 감기 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읽어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루미카를 따라다니다 보면 영하의 추위 이미지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하나 더. 아직 루미카의 과거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북극곰도, 투카 등도 그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대감을 불러온다. <눈처럼 희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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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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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킬러가 나타났다. 그의 별명은 그레이맨, 본명은 코트 젠트리다. 책을 읽기 전에 대단히 재미있다는 평을 읽었지만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런 평을 너무 많이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으니 진짜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미드 <24>의 잭 바우어처럼 한정된 시간 안에 적을 물리치는데 그 능력은 몇 배나 더 뛰어나다. 최근에 이런 종류의 액션 스릴러를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기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영화로 제작중이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2시간 동안 전설적인 킬러의 어마어마한 활약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젠트리는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고 북부 이라크를 벗어나려고 한다. 그때 미군 헬기가 추락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냥 지나가야 한다. 그의 전직이 CIA 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아니 현재 그가 벌이는 살인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 보면 더 분명하다. 돈을 위해 살인을 하지만 그가 선택한 목표들은 모두 악당들이다. 추락한 헬기 속 미군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다. 알카에다나 다른 지역민들이 이들을 죽이거나 포로로 잡아가려고 한다. 힘없이 쓰러진 그들에게 폭력도 가한다.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몇 명을 죽인다. 낯선 곳과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지역에서 그를 향해 다가올 포위망을 힘겹게 벗어나야 한다. 이때만 해도 그가 얼마나 전설적인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킬러들이 홀로 활동하지만 그들을 연결해주는 사람은 꼭 있다. 이 소설 속에서는 피츠로이 경이다. 그레이맨은 그의 관리 아래에 있다. 그에게 내려진 살인 명령은 나이지리아 산업부 장관 아이작 아부바커 박사 암살이다. 의뢰인이 죽어 암살이 취소되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죽인다. 그런데 이 암살은 나이지리아 아부바커 대통령 동생을 죽인 것이다. 대통령은 로랑그룹과 엄청난 계약을 맺으려는 단계에 있었다. 이 암살이 있기 전 계약서 상에 작은 실수가 있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대통령은 그레이맨의 목을 원한다. 로랑그룹의 전력이 투입된다. 그 일선에 선 변호사는 전직 CIA소속이었던 로이드다. 그는 그레이맨의 정보 파일을 가지고 있고, 피츠로이 경을 협박한다. 그의 아들 내외와 손녀딸의 목숨을 가지고.

 

젠트리를 구하기 위해 온 조직이 피츠로이의 전화 한 통으로 살인자로 변한다. 하지만 낌새를 알아챈 그레이맨은 반격을 가한다. 첫 번째 사살작전은 실패한다. 이때 로드니는 로랑그룹의 보안실 담당 리켈에게 연락한다. 이틀 안에 그레이맨의 목을 가지고 와야 한다. CIA에서도 제거명령이 떨어졌고, 그의 목에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다. 그를 잡기 위해 전 세계 암살조직이 움직인다. 그중에 한국 국정원 소속 김성모도 있다. 한국 킬러라서 그런지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의 비중이 다른 암살단보다 높다. 이제 정보가 차단되고,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그레이맨은 수많은 조직의 눈을 피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가 걸어가는 길에는 피의 강이 흐른다. 처절하다. 통쾌하다.

 

이라크 북부에서 시작한 그의 탈출과 반격의 경로는 프랑스 노르망디까지 이어진다. 비행기로, 기차로, 오토바이로, 자전거로, 자동차로 움직인다. 그가 만들어둔 몇 곳의 안식처는 알려진 곳도 있고, 숨겨진 곳도 있다. 알려진 곳은 몇 명만 겨우 안다. 이것은 상대방의 배신을 알아차리게 만든다. 다리는 총에 관통상을 당하고, 팔과 손목은 부어오르고, 나중에는 배속으로 칼이 들어오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기존에 본 주인공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는 것에 반해 그는 이것도 쉽지 않다. 암살단이 그를 찾아와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과 육체적 피로도가 엄청나게 쌓여가지만 그의 불타는 의지는 잠시도 끄지지 않는다. 읽으면서 계속 영화가 생각났다.

 

킬러의 세계는 냉혹하다. 하지만 그레이맨은 따뜻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정의감도 가득하다. 그렇지만 냉혹하고 잔혹한 킬러의 본능은 어쩔 수 없다. 왜 저렇게 갈까 하는 고민은 이야기의 속도에 밀려 뒤로 처져버린다. 그의 암살행에 대한 이유가 이것을 대신한다. 당연히 이런 주인공이라면 후속편을 기대하게 된다. 몇 편 더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의 성공이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바로 후속편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냉혹하고 거칠 것 없는 킬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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