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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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이 나왔다. 3월에 교보에서 낭독회를 들을 기회가 있어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전 까지는 소리내어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지만 성우 정미숙씨와 번역가 이영미씨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그의 작품은 비가 내려 거리를 촉촉히 적시는 것처럼 내 가슴 속에 소리없이 스며 들었다. <마이니치 신문>을 통해 연재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작품이 <요노스케 이야기>라는 것을 몰랐다. 청춘물이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 동시 출간이라니, 친한 친구를 만나듯 그렇게 그의 책을 만났다.

요노스케의 이야기는 평범하다. 문을 열고 나가면 어디선가 요노스케와 마주칠 것만 같다. 골목길을 사부작 사부작 걸어오며 환한 웃음을 짓고 뛰어오는 녀석의 모습이. 지방에서 생활하다가 대학 입학과 함께 도쿄에 입성하게 된 그의 이야기는 서울로 유학왔다는 나의 친구들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본도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 그의 이야기는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 보다 훨씬 더 잔잔하게 다가온다.

불어오는 바람의 흔적을 느끼지 못하듯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그저 나뭇잎에 흔들릴 때 알 수 있듯이 요노스케의 일상과 모습들은 요노스케와 함께 일상을 나누었던 사람들에게 잔영이 남아 있었다. 그와 함께 추억한 찰나의 시간들을. 특별하고 톡톡튀는 강렬한 모습은 그 순간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평범함을 일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난 어느날,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물들어간다.

요노스케는 당연히 후자의 사람이었다. 빈틈투성이에 덤벙 거리며, 헤벌쭉 속편한 녀석이라 말하지만 그는 삶의 순간순간 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고민하며 사는 청춘의 모습으로. 사소한 사건 하나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듯 시간의 변화는 나도 모르는 결말로 치닫는다. 책을 중간쯤 읽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책의 끝부분을 살펴 보았다. 좀처럼 그런 적이 없었는데 왜 결말을 먼저 알고 싶었을까.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허걱! 소리를 내며 다시 읽던 부분에 시동을 걸었다. 아, 이녀석......!

잔잔한 물결 속에서 순간 순간, 사건들이 등장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듯, 가볍게 지나갈 바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화살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맞고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우리의 삶도 그 순간의 바람이 어느순간 가슴이 꿈틀거리듯, 자그마한 변화속에 사람들은 자신이 길을 조금씩 열어간다. 물결이 쓸려가는 것처럼 없어진 사람들 속에서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누군가가 살아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의 존재도 다른이에게 그런 존재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에게도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요노스케의 모습이 일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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