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정규웅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언젠가부터 복고 마케팅에 먹혀드는 1인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리고 슈가맨을 찾는 프로그램도 어쩐지 공감하는 내 모습. 여행지에서 옛 교복이라도 만나게 되면 아이들에게 내가 마지막 교복세대였노라 말하며 옛 추억에 한껏 젖어들기도 한다.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을 만나면 반갑고 말이다. 누군가는 이를 추억팔이 상품이나 추억팔이 문화라 폄하할 수도 있겠다. 또 누군가는 삶이 피폐해지거나 팍팍할수록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는 식으로 분석 평가할 수도 있겠다.

 

, 어쩜 그런 분석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이 팍팍해서일 수도 있고, 어쩜 단순히 이젠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제나 추억은 고유한 힘이 있었다. 어린 시절 흑백 tv로 타잔을 보던 때를 떠올리며 행복한 회상을 하는 건 단순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만은 아닐 게다. 지금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던 시대였지만,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은 우리에겐 행복을 선물한다. ? 과거의 추억은 언제나 그립고 정겨운 느낌을 갖게 하는 때문 아닐까? 정작 과거에 그리 행복한 건 차치하고 말이다.

 

여기 문학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이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책장을 펼치는 시간 여행이 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80년대 문학계의 인물들을 알아가는 귀한 만남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인물들, 그래서 다소 그들의 글과 함께 텍스트 속에 갇혀 있던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만난다는 게 좋았다. 80년대 끝자락에 했던 대학생활을 떠오르게 하는 만남도 있어 추억에 젖기도 했고. 우리 문학계의 어른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책을 통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삶, 애환, 고민, 방황, 그리고 기행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문학계 어른들의 소소한 흠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물론, 요즘 문학계를 강타한 추태(범죄) 때문에 이런 재미가 반감된바 역시 없진 않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문학계의 거성들을 알게 되는 행복이 있었다. 물론, 문학이 때론 정치권력에 기생하기도 하고, 그 스스로가 하나의 권력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책을 통해, 몇몇 매력적인 인물들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은 그런 몇몇 분들을 만나는 행복이 있다. 때론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경우라 할지라도 인간적으로 멋스러운 삶의 자락들을 발견하게 된 분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다.

 

저자는 80년대 뿐 아니라, 이미 60년대, 70년대에 대한 동일한 작업을 했다고 한다(글동네에서 생긴 일,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 그런 작업들에도 관심이 간다. 이는 소소한 이야기이면서도 그 자체가 한국 문학계의 소중한 역사이기도 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