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한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환경관련서적들을 탐독한 적이 있다. 환경에 관련된 필독서들을 위시로 해서, 주로 녹색평론 책들을 많이 봤던 기억이다. 단순히 지적 호기심이 아닌, 삶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하자는 취지에서 샴푸 사용을 20년 이상 하지 않고 있으며, 이면지 사용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요즘은 우편물을 받으면, 봉투를 잘라 그 속 면을 메모지로 사용한다. tv속 누군가가 사용하는 장면을 언뜻 본 것이 계기인데, 나도 저렇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실천하고 있다. 물론, 때론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은 생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청승이 나무 몇 그루라도 잘라내는 것을 늦출 수 있다면 내 역할은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여전히 청승을 떨고 있다.

 

그 외에도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난 환경을 파괴하는 파괴자임에 분명하다. 여전히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고, 삶 속에서 수많은 것들을 사용하고 쓰레기로 배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환경관련서적들을 읽으며, 들었던 가장 큰 생각은 이건 내 문제라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나는 파괴된 생태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내 문제다. 이미 우린 경험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앞산이 제대로 보이는 날이 몇 날 되지 않는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함부로 창문을 열 수 없는 그런 시대가 공상과학소설 속에 등장하는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닌, 오늘 여기 우리의 모습, 현재의 삶이 되어버렸다.

 

이런 내 문제라는 자각은 요즘 환경 서적들에서 강조하는 생태감수성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생태감수성은 조금만 관심을 줄여도 순식간에 줄어든다. 우린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황리에 잘 마치고, 지금은 패럴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치러진 동계올림픽 이면에는 엄청난 생태파괴가 있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여전히 삶 속에서 실천을 하고 있긴 함에도, 언젠가부터 나의 생태감수성이 무뎌져 있다는 증거일 게다.

 

그래서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 환경을 위한 좋은 에세이 서적이 있다. 천년만년 살 것 같지?란 제목의 만화에세이. 각 주제에 대해 만화 몇 컷이 나오고, 에세이 글이 뒤따른다. 책을 읽으며, 무뎌진 생태감수성이 다시 예민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는 고래 포경사업에 대한 것. 일본이 과학적 포경을 명목으로 수많은 고래들을 잡아들이는 것에 대해 그동안 욕하곤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다음 문제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것을 알고는 부끄러웠다. ‘혼획이란 명목으로, 1년에 2천 마리 가까이 잡아들이고 있다니. 세계 혼획의 1/3이 동해바다에서 일어난다니. 이 얼마나 국제적인 망신인가? 아니 망신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생태를 파괴하는 일에 열심인 나라라는 것에 부끄러움이 일었다. 유독 우리나라 어부들이 친 그물에만 고래가 걸리는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님, 그물을 친 또 다른 진짜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 이런 우리의 모습에 울산 앞바다에서 사라져버린 귀신고래가 다시 돌아 와선 안 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슬픔과 함께 고래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생태감수성이 잠들어 있었음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바라기는 많은 독자들이 이 책, 천년만년 살 것 같지?를 읽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삶의 실천을 각자의 자리에서 행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잠들어 있는 생태감수성역시 흔들어 깨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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