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가와이 간지의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를 알게 된 건 2권인 『드래곤플라이』를 통해서다. 『드래곤플라이』를 재미나게 읽었던지라 시리즈 첫 번째 책인 『데드맨』을 찾아 읽게 되었다.

『드래곤플라이』를 먼저 읽어서일까? 『데드맨』의 구성이나 진행과정이 『드래곤플라이』와 상당히 비슷하단 느낌이 든다. 실제로는 『데드맨』이 1권이니, 『드래곤플라이』를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겠지만 말이다. 프롤로그가 나오고, 본 내용이 가부라기 형사의 이상한 꿈으로 시작하는 것까지 동일하다. 아무래도 작가는 꿈으로 뭔가 한번 독자들을 낚고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데드맨』과 『드래곤플라이』에서는 가부라기 형사의 꿈으로, 3권인 『단델라이언』에서는 가부라기의 파트너이자 부하인 히메노의 꿈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또한 1권부터, 애브덕션 추론법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강조된다(이는 3권 『단델라이언』까지 반복된다.). 애브덕션이란 귀납법도 연역법도 아닌 제3의 추론법을 가리킨다. 불가해한 현상 A가 관찰되었다.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가정 B를 세웠을 때, A의 상황이 당연한 귀결이 된다면, B라는 가설이 옳다고 생각해도 괜찮다는 추론법이다. 작가는 이처럼 소설 속에서 애브덕션 추론법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사건은 머리가 없는 시체가 발견됨으로 시작된다(작가는 이렇게 끔찍한 시신이 발견됨으로 사건을 시작한다.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 모두 그렇다. 솔직히 그 끔찍한 장면을 상상해버리면 진저리가 쳐질 만큼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말이다.). 자신의 집 욕조에서 몸통만이 남겨진 시신. 그런데, 욕조에 담긴 건 물이 아니다. 장기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이 욕조에서 발견되었다.

그 다음엔 어느 호텔에서 몸이 사라지고 머리와 사지만이 남겨진 시신이 발견된다. 이번에도 장기 보존 용액이 발견되어졌다. 연쇄살인으로 여겨지는 사건. 범인은 왜 머리를 그리고 몸통을 가져간 걸까? 그 뒤로 계속해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에서 여전히 신체 부위의 하나씩이 사라졌다. 오른 팔, 왼 팔, 오른 다리, 왼 다리, 이렇게 6건의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들 간에는 어떤 연결점도 찾지 못했다. 과연 범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시신의 일부를 장기로 사용하여 새로운 사람을 창조하려는 걸까? 그런데, 왜 다리를 가져간 살인 사건의 경우, 남자와 여자를 선택했을까? 만약 가져간 장기로 사람을 창조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다리를 절게 될 텐데 말이다. 여기에 어떤 이유가 담겨 있는 걸까?

이런 괴상한 살인 사건이 벌어짐으로 경찰들은 패닉상태에 빠진다. 이 사건을 우연히 가부라기가 책임자가 되어 수사대를 진두지휘한다. 과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범인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가부라기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개인적으로는 『데드맨』이 『드래곤플라이』보다 더 명확하고 깔끔한 추리소설이란 느낌이다.

이번 소설을 통해서 아무래도 제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의료인들의 의료행위다. 환자를 접할 때, 그저 망가진 의자를 고치는 것처럼 대하는 의사, 아니 더 나아가 그저 자신의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 환자의 뇌를 여는 의사의 모습이 소설 속 끔찍한 살인사건을 낳게 되는 못자리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자들. 자신이 망가뜨린 수많은 환자들과 그 남겨진 가족에 대한 연민이나 사죄하는 마음보다는 자신의 죄가 드러남으로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빼앗기게 될까 두려워하는 가진 자들의 모습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소설 속 모습만이 아님이 안타깝다. 인술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의술이라도 펼칠 수 있다면. 하지만,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하고,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된 이들이 너무 많다. 환자의 생명을 위하는 사명의식이 우선이 아니라, 돈 버는 것이 의사됨의 목적인 자들. 의술은 허울뿐이고 상술이 판을 치는 의료계.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여전히 사명의식을 가지고 의술을 펼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참 많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돈의 노예가 된 의료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그런 그들로 인해, ‘데드맨’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됨을 작가는 경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