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읽는데, 내용 가운데 나팔꽃 덩굴손이 언급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덩굴손은 호박, 오이, 수세미 등과 같은 덩굴식물이 뭔가를 타고 오를 때, 작고 가는 마치 용수철처럼 고불고불 감긴 부분을 말합니다. 이 덩굴손으로 나무의 가지나 잎, 또는 노끈 등 어떤 사물에 감아줌으로 자신들의 몸을 지탱해 주는 녀석이죠.

 

그럼 나팔꽃엔 덩굴손이 있을까요? 답부터 말하면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나팔꽃 덩굴손을 검색해보면, 참 많은 나팔꽃 덩굴손이 등장합니다. 어떤 분은 나팔꽃 관찰일지를 쓰며 버젓이 나팔꽃 덩굴손이 나왔다 쓰기도 했네요(사실 덩굴손이 아니라 줄기 자체가 휘감기로 오르는 덩굴입니다. 그러니 휘감아 도는 줄기가 나왔다는 의미일 겁니다.). 어떤 신문기사에는 덩굴손이 있는 어느 식물을 소개하며, ‘나팔꽃처럼 덩굴손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나 역시 좋아하는 어느 시인은 그의 시에서 나팔꽃 덩굴손이란 표현을 쓰고 있으며, 재미나게 읽은 동화 속 주인공 아이는 소꿉장난을 하며, ‘나팔꽃 덩굴손을 따와 라면 사리를 대신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야 당연 이분들의 착각입니다. 나팔꽃이 덩굴식물이니 당연히 덩굴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있지도 않은 나팔꽃 덩굴손을 창조해 낸 겁니다.

 

그렇다 하여 이분들이 다 틀렸다. 이분들의 글이 엉터리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비록 오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분들이 말하려는 의도가 뭔지를 알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럼에도 나팔꽃 덩굴손을 창조해낸 이들로 인해, 많은 분들이 당연하게 나팔꽃엔 덩굴손이 있다 생각하게 된다면, 이분들의 글은 분명 잘못을 행하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기도 하지 않을까요? 특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그래서 파급효과가 큰 분들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글이란 게 참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그분들 흉을 보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나 역시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할 때가 종종, 아니 제법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때론 그 때, 내 입에서 나왔던 엉터리 말을 떠올릴 때, 괜스레 낯이 뜨끈해지는 경우가 있답니다.

 

아무튼 나팔꽃엔 덩굴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팔꽃은 그 줄기 자체가 다른 식물이나 사물을 휘감고 올라가는 덩굴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나팔꽃은 왼 방향(오른손방향)으로 휘감기를 하는 덩굴식물입니다. 눈 오는 날 책에 나온 나팔꽃 덩굴손때문에 뜬금없이 나팔꽃에 대해 적어봅니다. 지금은 이렇게 춥지만, 겨울이 지나면, 그래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또 다시 나팔꽃이 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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