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이현주 글.그림 / 책고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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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나무처럼은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아파트 화단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는 자랍니다. 그래서 처음엔 1층 안을 볼 수 있었는데, 점점 2, 3층과 눈높이를 같게 합니다. 이렇게 나무는 아파트 집 안 풍경을 보며 자랍니다. 1층의 피아노 교습소의 어린이들이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봅니다. 더 자랐을 때엔 2층의 화가 아저씨를 보기도 합니다. 3층 콩이네 가족을 보기도 하죠.

  

  

이렇게 나무는 아파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키가 자랍니다. 나무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겁니다. 이런 시간들 가운데 보이는 사람들 삶의 풍경은 밝고 활기찬 그런 모습들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분위기는 바뀝니다. 더 자라 보게 된 풍경은 반쯤 가려진 창 안에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의 풍경입니다. 쓸쓸한 분위기, 그리움만 가득 품고 살아가는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그러다 결국 집들은 비어 갑니다. 아마도 낡은 아파트를 하나둘 떠났나 봅니다. 이렇게 나무의 인생도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나무는 더욱 자라 아파트 지붕 건너 마을에 자란 여러 나무들을 보게 됩니다. 그럼으로 결코 이 나무 홀로 있는 것이 아님을. 비록 마을은 늙고 낡아가지만,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푸른 잎을 틔워내는 또 다른 나무들이 있음을 알게 되며, 각자의 자리에서 생명력을 틔워냅니다.

  

  

그림책 페이지를 넘기면서 바뀌는 감정은 이렇습니다. 처음엔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과 희망이 있습니다. 일상의 행복과 활력이 가득합니다. 성장의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러다 건물과 사람이 낡고 늙어가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정체되고 낙후되어져 가는 쓸쓸함과 공허함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런 쓸쓸함을 뛰어넘는 연대하는 희망이 다시 틔워집니다.

 

이런 나무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시류에 민감하지 못한 아둔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모두들 더 좋은 곳으로 떠나는데도 여전히 홀로 남겨졌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한 자리에 뿌리내린 듬직함, 한결같음을 생각해보게도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린 목이 좋은 곳으로 옮겨 다니는 것을 현명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 역시 지혜로운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나무처럼 한 자리에서 뿌리를 내림으로 나로 인해 그 공간이 목이 좋아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고수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림책 나무처럼은 바로 그런 나무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나무처럼우리 아이들이 자라기를, 그리고 주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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