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배드 폭스
벵자맹 레네 글.그림, 강희진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2016년 앙굴렘페스티벌 야수상과 프낙서점 만화상을 수상한 만화. 프랑스에서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최고의 인기 만화라는 빅 배드 폭스. 무엇보다 11월 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만화이기에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만화 빅 배드 폭스를 만났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만화의 주인공은 여우다. 여우는 동화 속에서 흔히 악역을 맡곤 한다. 간교하고 교활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여우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 여우는 언제나 악역이다. 작고 약한 녀석들, 게다가 선한 인상을 받는 녀석들을 괴롭히는 못된 악역의 주인공이 여우다.

 

그런데, 만화 빅 배드 폭스속 여우는 제목과는 달리 위협적인 악역이 되고 싶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비련(?)의 주인공이다. 나름 맹수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며 초식동물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길 원하지만 도리어 언제나 초식동물들에게 무시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만화 속 여우다. 수시로 농장을 들락거리며 암탉을 위협하고 잡아먹으려 하지만, 도리어 암탉에게 혼나기나 하고, 농장 동물들에게 위협은커녕 그저 무시당하기나 하는, 때론 농장 식구처럼 여겨지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천덕꾸러기 여우다.

 

여우는 어느 날 늑대와 함께 멋진 생각을 해낸다. 농장 닭들이 거세고 난폭해서 잡아먹기 힘들다면, 달걀을 훔쳐와 부화시켜 병아리를 잡아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말이다. 그리곤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그런데, 아뿔싸! 알에서 부화된 병아리들은 여우를 엄마로 알고 따라다닌다. 게다가 자신들도 엄마(?)처럼 사나운 여우라 믿고 자라는 악동 병아리들. 과연 이들의 이상한 동거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이 만화는 여우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제거해주는 힘이 있다. 만화를 통해, 여우는 무찔러야 할 못된 적이 아니라, 오히려 잘 되길 응원하게 되는 친구와 같은 존재, 아니 도리어 보살펴줘야만 할 것 같은 연약한 약자가 된다. 언제나 암탉에게 당하기만 하고, 조그만 병아리들조차 어쩌지 못하는 여린 마음을 가진 감수성이 풍부한 여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냥하고 먹어치워야 할 존재들조차 사랑하게 되고, 결국엔 병아리들에게 위험한 일이 닥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보호하려는 여우의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여우와 농장 친구들을 한 번 만나보시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인지 겨울인지도 알 수 없는 계절이 되어버렸지만, 마음 한 쪽에서 훈훈한 기운이 솟아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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