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웅 작은거인 46
박현숙 지음, 장경혜 그림 / 국민서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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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창작동화 나의 영웅은 한 소년의 영웅이었던 할아버지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우네 할아버지가 치매가 걸린 겁니다. 소방관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줬던 경우네 할아버지. 그래서 친구인 형대 조차 자신의 영웅이라 말하는 할아버지. 하지만, 영웅은 사라졌습니다. 치매라는 무서운 병이 순식간에 영웅을 피하고 싶은 문제꺼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수시로 가족을 힘들게 합니다. 병든 할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직장도 그만두고 돌보고 있지만,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없는 할아버지는 엄마를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 엄마와 경우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친척들입니다.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 그리고 고모들이 수시로 집으로 들락거리며 귀찮게 합니다. 친척들이 집에 자주 오는 이유는 병든 할아버지가 걱정되어서가 아닙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장사를 하여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을 물려받은 할아버지가 부자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할아버지가 혹 정신이 들어오면, 그 때 이 많은 재산의 소재를 묻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모습에 경우의 형은 보기 싫은 모습 보지 않고, 듣기 싫은 소리 듣지 않겠다며 언제나 이어폰만 꽂고 다닙니다. 아빠는 엄마가 더 희생하고 헌신하길 바라고요. 엄마는 너무나도 힘든데 말입니다. 엄마는 할아버지 간수하기도 버거워 경우에게 신경도 쓰지 못하고요. 심지어 경우는 소풍가는 날 김밥을 싸가기는커녕 하루 종일 굶었답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모든 밥을 싹 쓸어 드시거든요.

 

그런데,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실 빈털터리래요. 과연 이 사실이 밝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박현숙 작가의 나의 영웅은 치매라는 무서운 병을 이야기합니다.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이 병으로 온 가족이 힘겨워하고 병들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영웅을 귀찮은 존재가 만들어 버리죠. 심지어 사라지면 좋겠다는 무서운 생각까지 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동화는 치매로 인해 한 가정이 침식당하는 모습들을 잘 보여줍니다.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이런 병이 우리네 가정만은 피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동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병으로 피폐해져 가는 가정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정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줍니다. 그건 바로 사랑입니다. 더 이상 깨질 것이 없을 것 같은 삶의 밑바탕에서 이런 소중한 사랑을 깨닫게 되고, 물질에 휘둘렸던 가정이 다시 회복되어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 회복의 근저에는 또한 연민이 있습니다.

 

연민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겁니다. 물론 누군가는 연민을 그리 썩 좋게만 보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향한 연민을 품을 수 있다는 건 대단히 소중한 겁니다. 연민은 누군가를 감싸 안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는 소중한 씨앗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민의 마음으로 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품게 하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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