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4 - 가면박물관 살인사건
가나리 요자부로.야마구치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 이야기는 가면박물관 살인사건이다. 민속학과 조교인 야쿠모는 이번엔 외딴 저택에서 발송된 초청장을 받는다. 물론, 야쿠모 앞으로 온 초청장이 아닌, 교수님 앞으로 온 초청장이다(교수님이 실제 존재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간 나오겠지.).

 

이렇게 초청장을 받고 도착한 그곳은 외딴 장소에 위치한 엄청난 저택. 그곳에 초대된 인물은 도합 3(여기에 불청객 한명과 야쿠모까지 5). 이들을 초대한 이유는 가면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저택 주인이 그동안 단절되었던 환상의 춤’(<유녀의 가면>을 쓰고 추는 춤.) 복원을 완성하였고, 그 시연을 위한 것이었다. 시연의 주인공은 저택 주인의 딸 카츠라 양.

 

그런데, 이런 시연과 함께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것도 연쇄살인 사건이. 외딴 저택. 일기가 좋지 않아 외부와의 연락도 끊기고, 이동수단도 없어져 완전 고립된 상황에서 한 사람 한 사람 희생자가 자꾸 늘어만 간다.

 

희생자들은 사전에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죄를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라는,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그런 내용의 전화를. 물론 아무도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않고, 하나 둘 살인의 희생자가 된다. 모두 유녀의 가면을 쓴 범인에 의해서. 과연 가면을 쓴 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죄의 고백과 살인사건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이번 사건 이면에는 슬픈 한 여고생의 죽음이 있었다. 자신들의 죄, 탐욕, 욕망을 감추기 위해 몰아세워 죽음에 이르게 된 한 여고생의 죽음이. 그리고 그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사람의 추악한 죄가 감춰져 있다. 살인자는 바로 그 가면을 벗기려 한다. 그 안에 추악함을 감추고 선량한 모습의 가면,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들의 가면을 벗기려는 살인자.

 

이런 모습이 먼저, 오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난 어떤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지.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이것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어떤 추악한 모습을 가면으로 감추고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또한 이번 이야기에서의 가면은 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 가면을 쓰는 것은 내 안에 감춰져 있던 또 하나의 내가 살아나게 하는 힘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유녀의 가면에는 전설이 있다. 이 가면을 쓰는 자는 그 영혼을 가면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전설이 말이다. 그래서 가면을 쓰면 평소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튀어나오게 된다.

 

실제 이야기 속에서의 연약한 소녀 카츠라는 가면을 쓰면 자신 안의 또 다른 모습의 자아가 튀어나오게 된다. 바로 아버지를 향한 분노의 자아가. 아버지는 딸을 어린 시절부터 극히 엄하게 길렀다. 아이는 억압받는 교육 아래 성장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자아와 그런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억누르는 자아가 있었던 것. 평소에는 아버지를 향한 미움을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가면을 쓰면, 분노가 살아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또 하나의 나를 감추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다양한 가면을 쓰게 될 때, 이 추악한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지.

 

아무튼 이번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아니, 슬프다. 잔혹한 살인자로 몰아세워야만 했던 다수의 위선과 가면, 그 희생자의 죽음과 이를 복수하려는 또 다른 살인의 폭력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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