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무 2 -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
문성실 지음 / 달빛정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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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소설 1권을 재미나게 읽은 후, 오랜만에 2권을 읽었다. 사둔지 몇 달 된 책을 이제야 펼쳐본다2권 역시 으스스한 게 등골이 오싹하다. 이번 2권의 부제는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이다. 도합 5개의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인 그녀의 본능은 유혹이 상당히 짧은 것을 빼곤 4개의 이야기는 제법 긴 이야기들이다.

 

이번 네 개의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이 주로 낙빈과 승덕으로 한정되어 있다(마지막 이야기 그녀의 본능은 유혹은 낙빈과 승덕이 나오지 않고, 마형사가 등장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이들의 스승 격인 천신이 등장하고, 두 번째 이야기인 길 잃은 영혼에서는 정희가 등장하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에서는 낙빈과 승덕 만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대신 단골로 등장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마형사. 1권에서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던 마형사가 도합 3개의 이야기에서 등장하고, 또한 미궁에 빠진 희귀한 사건 현장에만 나타난다는 의문의 수사관 현욱 역시 두 편의 이야기에 등장한다. 이처럼 새로운 등장인물이 반갑기도 한 한편, 정현과 정희의 활약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처럼 침대가 떠오르고 그곳에 묵인 소녀가 등장하는 이야기 당신이 잠든 사이는 등을 시원케 하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이런 재미만이 아닌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런 관심과 사랑에 굶주려있음을 생각하게도 한다.

 

두 번째 이야기 길 잃은 영혼은 어쩐지 신비소설 만의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 미스터리 소설 분위기로 시작하여 한참을 끌고 가다가 역시 등장하는 태아의 원혼 부분에서 오싹한 즐거움을 준다. 이 역시 사랑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욕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못된 놈들은 결국 당하게 된다는 진리 아닌 진리도 담겨 있고.^^

 

세 번째 고양이에 대한 원한은 고양이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돋보인다. 물론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가득하기도 하지만, 또 그 반대의 시선도 가득하다. 어쩐지 소설을 읽은 후, 동네 골목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역시 이 이야기는 마형사와 현욱이 등장함으로 미스터리 추리물의 느낌이 강하다.

 

네 번째 슬픈 프로메테우스가 가장 긴 분량인데, 내일을 예언하는 사이트 내일신문의 존재. 이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원혼. 이처럼 과학과 초자연적 존재와의 결합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다. 게다가 저자의 전공 심리학의 내용을 십분 살렸다는 느낌도 갖게 한다.

 

아울러 자살에 대한 작가의 몇 가지 통찰력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자살한 영혼이 겪는 고통은 되풀이 되는 죽음, 되풀이 되는 끔찍한 공포, 되풀이되는 고통의 시간들이라는 접근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자살을 앞둔 사람의 심리적 불안과 고통, 공포가 한 번의 실행으로 끝나지 않고 마치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처럼 끊임없이 반복되어진다는 내용은 자살에 대한 또 하나의 깊이 있는 견해를 갖게 해준다.

 

아울러 아무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혼자의 죽음을 책임졌을 뿐이라는 원혼의 항변에 들려주는 또 하나의 작가의 통찰력. 자살하는 것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자신의 미래에 죄를 지은 것이라는 외침 역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국적 정서, 무속이라는 내용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퇴마 판타지 소설. 그렇기에 독자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누군가에게는 거북스러울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재미나고, 때론 공포스러운 이야기. 때론 깊이 있는 성찰의 내용도 만나게 되는 좋은 소설임에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짜 무당이란 영혼의 아픔을 달래주는 무당이라고. 진짜 굿은 무당의 이익을 좇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평안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진짜 무당은 살았든 죽었든 힘들고 아픈 사람들 모두를 도와주는 존재라고. 이는 우리 고유의 종교인 가 진정으로 추구해온, 그리고 추구해야만 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모든 종교가 추구해야 할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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