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친구 집 북멘토 가치동화 22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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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시리즈 동화를 계속 쓰고 있는 박현숙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수상한 친구 집』입니다. 친구 집이 어떻게 수상한 걸까요?

 

여진이네 아파트 옆 주택가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커다란 집이 있습니다. 일명 파란대문집인데요. 이곳엔 온갖 소문이 무성합니다. 살인사건이 난 집이라는 소문도 있고, 귀신이 살고 있는 집이란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파란대문집 앞으로 지나다니는 것을 피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집에 이사 온 사람들이 있네요. 바로 새로 전학 온 오하나 네 가정입니다. 새로 전학 온 하나는 마치 싸움소와 같습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들이박는 싸움소 말입니다. 새로 전학 왔지만 아이들에게 전혀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숙덕거리는 소리에는 달려들어 싸우기 일쑤입니다. 그런 하나는 공부도 잘합니다. 비쩍 말랐지만, 힘도 세고요.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오하나는 항상 아슬아슬해 보였다. 잔뜩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살짝 건드리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터질 거 같았다.(48쪽)

 

점차 반 아이들은 하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시작합니다. 까칠한 하나는 더욱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요. 이런 하나에겐 과연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장편동화 『수상한 친구 집』은 전학 온 친구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전학생인 하나가 까칠한 것도 사실이지만, 하나 짝꿍인 두식 외에는 아무도 하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친구들이 없습니다. 게다가 하나가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의식을 갖고 끌어내리려는 서진이의 영향이 큽니다. 아이들은 하나를 투명인간, 유령 취급을 합니다. 하나를 도둑 취급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나가 시험점수가 좋은 것은 컨닝했다는 소문까지 만들어내고 말입니다.

 

물론, 하나의 까칠한 행동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전한 온 친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네요. 이런 모습은 동화 속에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기에 더하여 하나의 까칠한 행동 이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의 가정환경은 불우합니다. 물론, 이런 불우한 환경이 하나의 자존심을 건드려 더욱 까칠하게 만들었고요. 이혼한 부모님은 어느 누구도 하나를 맡으려 하지 않았기에, 하나는 할아버지와 삽니다. 그나마 할아버지가 직장을 잃어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밥을 굶기 일쑤이고요. 뿐 아니라 술만 마시면 할아버지는 하나를 때리곤 합니다.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울부짖는 하나의 울음이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

 

동화를 읽는 내내 하나의 이런 아픔이 다가와 마음이 아프고 먹먹했습니다. 하나의 상황을 생각할 때, 답답함이 밀려왔고요. 바라기는 이 땅의 수많은 하나들의 삶에 회복의 축복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처럼 친구들이 알지 못할 아픔을 안고 있는 하나가 반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바로 관심입니다. 친구들의 애정담긴 참견입니다. 심심풀이 호기심에 의한 관심이 아닌, 진정어린 안타까운 마음, 연민의 마음을 품은 관심에서부터 관계의 회복이 시작됩니다. 자꾸 움츠러들고, 뒤로 물러서기만 하는 하나를 위한 애정담긴 참견이 하나와 친구들이 하나로 묶어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애정담긴 관심이 회복된다면 좋겠습니다. 뿐 아니라, 함께 작당하여 누군가를 투명인간 만드는 안타까운 모습이 아니라, 외톨이가 된 아이들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용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있다면 좋겠네요.

 

물론, 이런 용기 있는 다가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다가간다 할지라도 근본적인 문제, 하나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여기에 답답함이 있습니다. 동화는 이런 한계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동화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 역시 해결의 가능성을 비추며 마치고 있음이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불행의 근원이 결국 우리 어른들에게서 시작됨에 마음이 답답하고 한편으론 아려오며, 또 한편으론 다짐도 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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