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 하늘로 보내는 마지막 인사
김서윤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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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의 『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란 책은 제목만 보면, 왠지 달달한 사랑 내용이 가득한 책일 거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랑 내용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달달하진 않다. 이 책은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달달하기보다는 애틋하고, 먹먹한 사랑을 담고 있다. 바로 죽은 이를 향한 남은 자들의 글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은 모두 조선시대의 죽은 이를 향해 쓴 제문, 애사, 묘비명, 행장 등을 모은 것들이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 부모의 가슴에 묻다 -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애끓는 아픔을 이야기.

2장. 형제, 절반의 상실 - 몸의 절반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형제의 죽음을 이야기.

3장.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부모의 죽음을 이야기.

4장. 나의 반쪽이여! - 배우자의 죽음을 이야기.

5장. 줄이 끊어지다 -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

6장. 가는 세월을 어찌 막으랴 -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이야기. 스스로 쓰는 묘비명.

 

사실 어느 죽음인들 아프지 않은 죽음은 없다. 모든 죽음은 무겁다. 그럼에도 몇몇은 너무나도 안타까워 심금을 울리는 사연들이 있었다. 예를 든다면, 강정일당이란 여자 선비가 쓴 막내딸의 묘비명이 그렇다. 이 여인은 자식을 아홉 낳았다. 그런데, 한 번도 아이들에게서 ‘엄마’란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극심한 가난 탓인지 모두 돌이 되기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아홉째인 막내딸만은 건강하게 길러보길 원했지만, 결국 막내딸마저 돌이 되기 전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어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어찌 이런 인생도 있을까 싶다.

 

세상을 다 가진 왕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딸이 죽어갈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애끓는 심정을 토하기도 하고. 조금만 더 고생하면 집안 사정이 나아지기에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고 효도하겠다 생각했건만 부모님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게 보낸 부모님으로 인해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사연들도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스승을 먼저 보내기도 하며, 마음에 맞는 친구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수많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책은 이야기한다.

 

혼인식보다는 장례식을 가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왜? 기쁨을 함께 나누지 않더라도 슬픔은 반드시 나누고 위로하라는 의미로?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장례식에 다녀오면,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죽음의 무게 앞에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기에 말이다. 다시말해 장례식은 남은 자들에게 유익함이 있다는 말이다.

 

이 책, 『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가 그렇다. 수많은 죽음, 그 죽음을 애통하며 남긴 글들을 보며, 무엇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내 곁에 계심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시는 부모님 역시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부모님을 향한 자세가 달라지리라. 자녀를 향해서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향해서도, 친구들을 향해서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 책을 읽는 것은 많은 유익을 선물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묘비명을 써보는 것 역시 그러하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는 모두 웃는 가운데 홀로 울며 태어난다. 하지만, 죽을 때는 어떤가? 그 반대가 되어야 마땅하다. 모두가 울되 죽어가는 당사자는 웃으며 갈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반대라면 어떨까? 난 죽어도 못 죽겠다고(?) 버티는데, 누군가는 그 사람의 죽음을 속 시원해 한다면 말이다. 역시 죽음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바로 이 책, 『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가 그렇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죽은 이를 향한 애도를 모아 놓은 서적이란 점에서 좋은 자료가 된다. 이 점 역시 이 책의 유익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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