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 1 - 여우양복점 보름달문고 67
보린 지음, 버드폴더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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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책날개에서 작가를 ‘이야기꾼.’이라 소개하고 있다. 어쩜 이렇게 당당하게 작가소개를 ‘이야기꾼’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읽어가는 가운데,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됨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럼, 이야기꾼인 보린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란 제목의 책, 그 첫 번째는 「여우 양복점」이다.

 

한 집안의 가장인 병호 씨는 어느 날 딸 메리를 불러놓고 자신의 가장 자리를 딸에게 내놓는다. 이제 딸 메리가 가장을 하란다. 메리 역시 가족의 일원이니 자격이 충분하단다. 이렇게 가장이 된 메리는 가장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번엔 가장 자리를 꽃님이에게 넘긴다. 꽃님이가 동생이냐고? 아니다. 꽃님이는 보일러실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다. 무슨 고양이가 가장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꽃님이는 덜컥 가장 자리를 수락하게 되고, 이제 꽃님이가 병호 씨와 메리 네 집의 가장이 되어 돈을 벌게 된다.

 

고양이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느냐고?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꽃님이는 그냥 고양이가 아닌 영물 중에 영물이다. 사람 말도 할 수 있는 영물. 구미호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영물 고양이. 이렇게 돈을 벌겠다는 꽃님이는 어느 날 여우 호호 씨를 데려온다(그냥 여우가 아닌 구미호다. 영물인지 요물인지 알 수 없는.). 호호 씨에게 하나밖에 없는 방을 세놓기로 했다며. 병호 씨와 메리는 펄쩍 뛰지만, 월세가 자그마치 백만 원. 곰팡이와 거미줄투성인 반 지하 방 하나를 한 달에 백만 원이나. 아니다. 하루에 백만 원이다. 그러니 일세가 백만 원. 이렇게 병호씨와 메리는 부엌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방을 세놓고 만다.

 

자칭 영물이라는 호호 씨는 그곳에 <폭스테일러>란 간판을 건다. 이렇게 ‘여우 양복점’이 열리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파는 것은 바로 인두겁이었다. 인두겁을 쓰게 되면, 인두겁의 재료로 머리카락을 제공한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단다. 어떤 인두겁을 쓰느냐에 따라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재벌 회장님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병호 씨와 메리가 또 돈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머리카락으로 인두겁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까마귀 모자가 자신들의 인두겁을 사 쓰고 다님으로 말미암아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까마귀 모자가 이제 인두겁을 통해 병호 씨와 메리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병호 씨와 메리, 그리고 둘을 돕는 꽃님이는 둘의 인두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메리네 가정의 궁핍한 경제 사정과 사람의 말을 하는 영물들의 등장. 여기에 그저 탈을 쓰는 수준이 아닌, 그 사람으로 온전히 변하는 신비한 인두겁이란 물건. 게다가 호호 씨의 계략까지 합쳐져서 병호 씨와 메리, 그리고 꽃님이를 궁지에 몰아넣는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 빠져들게 만든다.

 

아울러, 내가 아닌 누군가의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두겁을 씀으로 누군가가 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사실임에도 그건 내가 아니다. 나는 나의 모습일 때, 비로소 내가 된다. 오늘 어쩌면 우린 내가 아닌 누구가의 인두겁을 쓰고 살고 있는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도 된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인두겁 문제가 잘 해결 되는 가 싶었는데(사실, 인두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꼭두각시 인두겁 문제만이 해결된다.), 누군가 병호 씨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고 카드를 사용했다. 바로 병호 씨의 인두겁을 쓴 자다. 안 그래도 힘겨운 경제사정에 15,324,000원이나 썼으니, 이를 어쩐다? 아무래도 궁금하여 2권을 안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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