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4 - 어긋난 길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4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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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에린 헌터의 ‘극한 생존 판타지’소설 『살아남은 자들』 4권이 나왔다. 이번 제목은 「어긋난 길」. 과연 어떤 길이 어긋나는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든다.

 

온 도시를 휩쓴 ‘큰 으르렁거림’이후 파괴되고 방치된 도시, 그리고 오염된 환경에 남겨진 개들의 생존기를 그려내고 있는 『살아남은 자들』. 우여곡절 끝에 야생의 무리에 다시 받아들여지게 된 주인공 럭키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강아지 릭(사나운 본성을 가지고 있어, ‘긴 발의 송곳니’라 불리는 ‘사나운 개’의 강아지다. 많은 개들은 릭이 자라면 자신들을 죽일 거라 두려운 마음을 품고 있으며, 무리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나운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며 말이다.)을 돌보며 야생의 무리에서의 생활을 이어간다.

 

‘야생의 무리’ 곁에 나타난 ‘사나운 개’들의 무리로 인해 야생의 무리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이렇게 길을 떠난 그들은 ‘긴 발’(사람을 가리킨다.)의 마을에 가게 된다. 온통 긴 발의 시체로 가득 차 있고, 오염되어 있는 이곳에서 야생의 무리들의 생존 모험이 시작된다. 아울러 야생의 무리는 미치광이 개 테러가 이끄는 ‘두려움의 개’ 무리들과 만나게 되고, 이들의 존재는 야생의 무리들에게 또 하나의 위협이 된다.

 

이처럼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야생의 무리들을 위협하는 집단들이 존재한다. ‘사나운 개’들의 무리. ‘두려움의 개’ 무리. 그리고 또 하나의 위협은 다름 아닌 ‘긴 발’이다. 서열 3위인 피어리가 ‘긴 발’에게 붙잡혀 가게 된다. 이에 럭키는 알파의 허락(?) 하에 피어리의 짝인 문과 몇몇 개들과 함께 피어리를 구출하기 위해 ‘긴 발’이 있는 곳을 향하게 된다. 과연 이 구출작전은 성공하게 될까? 그리고 ‘긴 발’이 야생 개인 피어리를 잡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이야기에서도 럭키와 알파의 갈등이 계속된다. 아울러, 자신이 맡은 ‘사나운 개’ 릭을 향한 럭키의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의 갈등도. 여기에 남매간인 럭키와 벨라의 화해도 있고. 작고 보잘 것 없는 개 와인의 깐족거림과 얄미움도 곳곳에서 소설의 양념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번 이야기는 ‘두려움의 개’집단과의 대립, 그리고 사람들에게 붙들린 피어리 구출작전이 큰 축을 이룬다.

 

이러한 스토리들을 통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는 리더의 자격이다. 무엇이 진정한 리더십인지를 말이다. ‘야생의 무리’를 이끌어가는 늑대개 알파는 강하다. 전투능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강함을 기반으로 무리들을 휘어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상황판단을 할 능력도 없으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지혜도 없다. 무리 구성원들에게는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지만 정작 자신은 무리를 위해 어떤 희생과 헌신도 보여주는 것이 없이 그저 위에 군림할 뿐이다. 위에서 군림하며 그저 지시하고 통제하는 데에 익숙한 리더. 어떤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저 답답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자기주장만을 밀어붙이는 못난 리더. 위에서 힘으로 누르며 군림하는 것을 리더십이라 착각하는 어리석은 리더.

 

한편 ‘두려움의 개’ 무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 테러는 두려움으로 무리를 이끌어간다. 어떤 규칙도 어떤 이성적 판단도 없이 그저 폭력을 휘두른다. 다른 개들의 공포심,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며, 이러한 두려움을 기반으로 집단을 이끌어간다. 일명 공포정치의 대가라고 할까.

 

이런 두 리더들의 리더십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두 리더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커다란 재앙 이후에 남겨진 개들의 생존기를 통해, 이처럼 우리 사회의 잘못된 리더십을 고발하고 있다. 알파와 테러 같은 리더십이 우리 사회를 뒤덮는 리더십이 되지 않길 소망해본다.

 

피어리 구출작전을 이끌어가는 럭키의 리더십도 생각해보게 된다. 먼저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강요와 밀어붙임이 아닌 각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수렴하는 모습.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서는 밀어붙이는 결단력까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미리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지혜라는 착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두려움을 품지만 그럼에도 사나운 본성을 가진 릭을 맡아 돌보며 성장시키는 모습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럭키와 같은 리더십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럭키의 리더십과 돌봄 아래 성장하는 릭은 여전히 수시로 사나운 본성을 드러내곤 하지만, 그럼에도 야생의 무리에 도움이 될 존재로 점차 성장하게 된다. 과연 이 릭(소설 말미에서 ‘스톰’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이 어떤 멋진 전사로 성장하게 될지도 기대해 보며, 이제는 5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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