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보낸 편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8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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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바닷가 작은 어촌 델윅이란 마을에서 살고 있다. 대대로 뱃사람으로 살아가는 마을. 톰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외삼촌도 뱃사람이다. 물론, 지금은 외삼촌뿐이지만.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그리고 아버지는 1년 전 해양사고로 돌아가셨다. 톰 역시 뱃사람을 꿈꾼다. 그렇기에 톰에게 바다는 동경의 장소이자 한편으론 슬픔의 공간이며, 또한 일상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런 톰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유리병에 편지를 써 바다에 보내면 누군가에게 전달될 것인가? 그리고 답장이 오게 될 것인가?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톰은 그대로 행한다. 광대한 바다에서 누군가 내가 보면 병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설령 누군가 받아 보았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보낸 답장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확률은? 아마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세상에는 이렇게 놀라운 일이 많은데,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멀쩡히 일어나는데, 병에 담은 편지라고 가능성이 없을까? 병이 안전하게 어딘가로 흘러가서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답장이 돌아오는 것이 영 불가능할까? 세상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서 이제는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잖아. 그런 일이 하나쯤 더 일어나지 말란 법 있어?(34쪽)

 

그런데, 정말 답장이 돌아왔다. 그것도 오랜 세월이 흐른 것 같은 천에 예스러운 글씨체의 편지가. 뿐 아니라 편지를 보낸 이는 자신이 있는 곳이 ‘데이비 존스의 함’이란다(영국의 뱃사람들은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보물이나 배, 그리고 익사한 사람들의 영혼은 저승이라고 부르는 ‘데이비 존스의 함’에 넣어 수집된다고 한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에도 등장한다.).

 

‘데이비 존스의 함’에서 온 편지라니. 이게 말이 되나? 누군가 톰을 악의적으로 놀리는 걸까? 아님, 정말 죽은 자들의 공간에서 답장이 온 것인가?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톰은 데이비 존스의 함에 사는 테드 본즈라는 사람과 유리병에 담긴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비록 배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배달되는 이 편지를 주고받는 일에 톰은 빠져들게 된다.

 

그래. 톰은 생각했다. 편지를 유리병에 담아서 바다에 던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거기까지는 별로 이상할 게 없어. 하지만, 바다가 답장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건 얘기가 다르다. 기괴하고 요상하고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좀 섬뜩한 일이기도 했다.(179쪽)

 

그렇다. 이런 기괴하고 요상하며 불가사의하고 섬뜩한 일에 톰은 빠져든다. 더욱 기괴한 건, 바다에서 죽은 뱃사람들의 영혼이 모인다는 그곳 ‘데이비 존스의 함’에 사는 테드 본즈에게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물어봤더니,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 그러니 1년 전 배사고로 죽은 아빠가 죽지 않았던지 아니면 바다가 아닌 땅에서 죽었단다. 톰에게 전달되는 편지는 정말 누군가 톰을 놀리기 위한 악의적 행동인가? 아니면 정말 죽은 자의 공간에서 온 편지가 맞다면, 톰의 아빠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걸까?

 

알렉스 쉬어러의 2016년 신간 『바다에서 보낸 편지』(원제: A Message to the Sea, 2016)는 알렉스 쉬어러의 특유의 유머를 품고 있으며, 또 한 편으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청소년소설이다. 유리병에 담은 편지를 띄워 보낸다는 다소 낭만적 접근. 여기에 더하여 죽은 자들의 공간과 산자의 공간 간의 편지의 왕래라는 다소 기괴한 발상. 또한 죽은 줄 알았던 아빠와의 극적 재회가 가미된 가족 사랑까지. 소설은 처음엔 철부지 장난꾸러기 같은 분위기로 시작하여, 다소 기괴한 분위기를 지나, 가슴 뭉클한 가정 회복으로 끝을 맺는다. 결말이 뻔히 보인다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미스터리 추리소설도 아니니 실망할 것 없다.

 

참, 소설은 성경의 전도서 구절을 계속 인용한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도서 11:1)

 

소설은 이를 ‘때로는 운에 맡겨라, 모험을 즐겨라,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선행을 베풀라는 뜻’이라고 풀어준다. 그렇다. 보다 정확한 의미는 투자의 의미로 해석되는 구절이다. 물 위에 던지는 떡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구절. 그러니 투자 역시 한 곳에 올인하기 보다는 여럿으로 나뉘어 하라는 구절. 사실 성경구절로는 상당히 재미난 구절이다.

 

작가는 이 구절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톰이 편지를 유리병에 담아 바다에 던지는 행위와 연관 짓는다. 결국, 이렇게 던진 유리병은 잃었던 아빠를 되찾는 놀라운 결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결과를 단정 짓고 포기하기보다는 뭔가에 도전해보고 부딪혀볼 것을 말하는 것. 이것이 이 소설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그렇다. 누군가는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능성이 없는 바보 같은 짓이라 치부한다 할지라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때,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전해주는 희망이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마음이 이끄는 일들을 함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나는 축복이 있길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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