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무지와 오해로 얼룩진 사극 속 전통 무예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한국인들은 사극을 참 좋아한다. 방송국에서 그토록 끊임없이 사극을 만들어 방영하고 있음이 그 반증이다. 게다가 이런 사극의 시청률이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사극불패’란 말이 나올 정도일까. 이런 사극의 순기능이 적지 않다. 사극이 방영되면 관련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곤 한다. 이런 사극사랑과 관심은 자연스레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은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역기능이 없지 않다. 픽션을 원칙으로 하는 사극이기에 그 역사해석에 자유로움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자유로움을 정작 시청자들은 역사로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창작이 사극이란 옷을 입을 때, 시청자들은 이를 역사로 오해하게 된다. 특히, 역사적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들의 경우 이런 잘못된 역사적 인식은 우리에게 잘못된 역사적 정보를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책이 있다.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란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우리의 옛 무예에 관심을 갖고 연마하는 무술인이자,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다. 이런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사극 속에서 발견되는 조선 시대 전통 무예의 오류를 책을 통해 들려준다. 그 내용이 흥미롭고, 어렵지 않기에 쉽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고증에 바탕을 둔 내용을 담고 있어,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역사교양인문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된 역사적 정보가 사극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스레 주입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극을 통해 우리에게 주입된 역사적 정보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넘어갔던 잘못된 역사적 사실들이 많았음을 알게 됨이 이 책이 전해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사극 속에서 다소 어수룩해 보이는 엑스트라 포졸들이 들고 다니던 무기(당파: 삼지창처럼 생긴 무기)가 실상은 가장 용맹스러운 용사들이 사용하는 무기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우습고 놀랐던지. 게다가 이 무기는 임진왜란 이후에 들여온 무기인데, 어느 시대건 포졸들이 자연스럽게 들고 다녔던 모습을 사극 속에서 보면서도 모르는 무지라니. 게다가 조선시대 장수들이 삼국시대의 검을 들고 싸우는 모습이 도리어 자연스럽고. 일본식으로 칼을 방에 걸어둔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모습들 모두가 역사적 고증에서 벗어난 모습이란다. 심지어 왼손에 칼집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실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란다.

 

이 뿐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중국식 갑옷을 입고 출연하고. 사극 속에 등장하는 활 쏘는 장면은 거의 절대 다수가 우리 전통 활쏘기가 아닌 유럽식 활쏘기란다. 게다가 190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영국식 안장이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말 위에 얹어 있단다. 역시 사극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시간여행도 자유자재일뿐더러, 그 옛날 이미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극 속에 등장하는 말이 전투용 말이 아닌 경주용 말이라는 것은 그렇다 치고라도, 기병은 절대 말에서 내려와 싸우지 않는단다. 말에서 내려오는 순간 기병이라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극에선 항상 내려와 멋진 칼솜씨를 뽐내니 사극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이점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진정한 멋진 사내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사극 속에 등장하는 무기와 전투에 관련하여 이렇게나 많은 역사적 오류가 있구나 싶어 놀라게 된다. 실상 이 부분에 있어 바른 역사적 고증 위에 세워진 소품들이 없다 말할 수 있을 정도임을 알게 된다. 물론, 사극이야 픽션의 드라마일 뿐 역사적이고 교육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비록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극을 통해 역사적 정보를 얻는다 할지라도.). 하지만, 저자는 사극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에서도 사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오류들이 이 책,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와 같이 좋은 책들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사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사극을 통해 과거를 보게 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바른 역사적 정보를 전해줄 수도 있겠고 말이다.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사극 속에서 발견되는 무기와 관련된 역사적 오류를 알게 해줄뿐더러, 우리의 전통 무기들에 대해 쉽고 재미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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