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킹 상상의힘 아동문고 11
서화교 지음, 김숙경 그림 / 상상의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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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요는 친척들과 만나는 일이 즐겁지 않습니다. 뛰어난 사촌들과 비교되는 것도 싫고, 회사를 그만 두고 집에서 놀고 있는 아빠를 향한 어른들의 시선도 싫습니다. 할머니와 엄마의 깨어진 관계도 껄끄럽고요. 그런 승요가 어느 날 할머니 앞에서 덜컥 일을 저질렀답니다. 자꾸 자신을 무시하는 친척들 앞에서 퀴즈 킹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퀴즈 킹 대회는 tv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퀴즈 쇼입니다. 7단계까지 성공하게 되면 퀴즈 킹으로 등극하게 되는데, 아직 한 명도 성공한 적이 없는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mc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승요의 공부 잘하는 사촌 정우도 3단계에서 떨어진 프로그램이랍니다.

 

이렇게 거짓말과 함께 시작된 승요의 퀴즈 킹 도전기. 과연 승요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승요의 퀴즈 킹 도전기를 동화는 재미나게 전개해 나갑니다. 재미뿐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도 합니다.

 

무엇보다 동화는 진실 앞에 바로 서는 용기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승요네 아빠는 박사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했던 아빠는 모두의 바람을 뒤로 한 채 환경학과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그 뒤 연구원이 되었지만,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죠. 왜냐하면 정부가 진행하던 ‘열음강 개발 사업’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입니다(‘열음강 개발 사업’은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사업인 4〇〇사업을 연상시키네요. 아마도 그것을 염두에 둔 거겠죠. 국토를 환경재앙으로 몰아넣은 그 희대의 사업 말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유익을 생각하며 침묵할 때, 진실을 밝히며 양심고백을 했던 승요 아빠의 모습이 참 멋지네요.

이런 모습을 승요 역시 배우게 됩니다. 물론, 승요 역시 많이 고민하게 되고, 흔들리기도 하며, 두렵기도 하죠. 그럼에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건 바로 방송윤리에 어긋난 방송 프로그램의 행태입니다. 조작되어서는 안 되는 퀴즈 쇼의 결과가 조작되기도 하고, 시청률에 맞는 출연자가 선택되어져 진출하게 되는,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모습 앞에 우승을 포기하는 승요의 용기가 참 멋스럽네요.

 

우리 역시 세상을 살아가며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진실 앞에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 돌아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내 작은 유익 앞에서 진실은 한낱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불편한 진실이 되진 않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작가는 재미난 스토리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로 하여금 진실을 붙잡는 어린이가 되도록 자연스레 유도하고 있습니다.

 

승요가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1회 진출을 성공하고 나서부터 승요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집니다. 승요는 같은 사람인데 말입니다. 갑자기 똑똑한 아이가 되어 있고, 남들이 뒤따라야 할 아이가 되어 있네요. 누군가를 향한 판단의 기준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 판단이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주변의 시선이란 것이 얼마나 헛 것인지도 말이죠. 승요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 또한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거짓 소문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오늘 인기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이와 비슷하겠죠.

 

아울러 승요의 엄마와 또 다른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인기를 쫓아가는 광기를 엿보게도 됩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 분별력을 상실하고 광기에 젖어드는 모습들. 우린 쉽게 비난할 수 있겠지만,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면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라 자신하긴 쉽지 않겠죠. 인기나 유익 앞에 우리 모두 이런 광기를 보이지 않을까요?

 

또 하나 동화를 관통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우정입니다. 퀴즈 쇼에서의 결과를 위해 버려지는 우정이 아니라, 좋은 결과 이전에 우정을 선택하는 승요의 모습이 뭉클합니다. 물론, 승요와 혁이의 우정이 흔들릴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흔들림조차 더욱 우정을 단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될 우정, 어쩌면 성적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네요.

 

서화교 작가의 장편동화 『퀴즈 킹』은 오디션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생각해볼 것이 많은 동화입니다. 물론, 스토리 자체가 재미나기에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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