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분교 올림픽
김형진 지음, 김중석 그림 / 파랑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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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강원도 몽당리 몽당분교에서 열리는 운동회로부터 시작됩니다. 몽당분교 운동회는 ‘올림픽’이라 불립니다. 왜냐하면 이곳의 아이들은 그 뿌리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아이, 탈북 새터민 아이, 필리핀 아이, 태국 아이, 나이지리아 아이, 그리고 한국아이들. 한국인 남자아이 철수는 동자승이랍니다. 여자아이 예슬은 할머니랑 살고 있고요. 이처럼 몽당분교 아이들은 모두 그 문화적 배경이 다릅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운동회를 ‘올림픽’이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이 ‘올림픽’은 사회적 약자들이 펼쳐내는 올림픽입니다. 동화는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들에 관심합니다(아이들의 출신 나라 국기들은 대부분 운동회 날 내걸린 만국기에도 없습니다. 만국기는 잘 사는 나라 국기만 있는데, 왜 만국기라 부르는지 아이들은 의아하기만 하죠.). 사회적 약자들이 때론 서로 상처주고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약자들의 어우러짐은 하나의 연대가 되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장편동화 『몽당분교 올림픽』은 이처럼 각기 다른 문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벌이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분교가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되고, 폐교를 막기 위해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사건들. 이런 사건들을 통해 상처받고, 아파하지만, 또한 사건들을 통해 화해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학교 뿐 아니라, 이곳 몽당리에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상사 아저씨는 베트남 참전 용사랍니다. 다소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지만 고엽제의 피해를 안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사회적 약자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베트남 누나들이 시집을 옵니다. 한 누나는 남편에게 매 맞다가 도망쳤고, 또 한 누나 호아는 한글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 됩니다. 호아누나는 한국 군인들에 의해 가족들을 잃었고 말입니다. 김상사와 호아 누나의 갈등도 동화의 한 축을 이룹니다.

 

이처럼 여러 갈등 구조 안에서 갈등이 해소되고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과정(물론, 온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 나이지리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자 아이 영애는 불법체류자 가정이라는 명목으로 강제 추방을 당하게 됩니다.)을 동화는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몽당분교에서 하나로 온전히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동화 속 아이들에게선 사실 피부색도, 문화적 배경의 차이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두 한국 아이들입니다.

 

동화는 참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답니다. 다문화사회의 갈등, 전쟁과 파병문제, 불법체류자 강제추방 문제, 브로커에 의한 국제결혼문제, 시골 총각들의 결혼문제, 노령화 현상, 탈북 새터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등 참 다양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 선생님께서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나 봅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 가운데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점입니다. 이런 대목이 가슴을 울립니다.

 

고구마도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면 우리나라 것이 되는데, 영애는 왜 외국인이라고 쫓아내는 거예요? 한국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애를요?(192쪽)

 

비록 서로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를지라도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 이들이라면 모두 한국인이 아닐까요? 단일민족이라 말하지만, 실상 우리 역사 역시 이주의 역사 아닌가요. 환웅이란 존재 자체가 이주민이니 말입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언제까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프게 하고, 그네들을 힘겨운 나그네 인생으로 내몰아야만 하는 걸까요. 몽당분교 아이들처럼 모두 하나로 어우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피부색의 차이, 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서로를 있는 그래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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