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학교에서 왕기철이 동화는 내 친구 84
백하나 지음, 한지선 그림 / 논장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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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동화 『어느 날 학교에서 왕기철이』는 인간과 도깨비가 어우러져 살기 시작한지 백년이 된 어느 때 일어난 일을 들려줍니다. 인간과 도깨비의 구분이 사라진 시기, 도깨비도 인간처럼 똑같이 학교에 다니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꼬마 도깨비 왕기철이 학교에서 벌이는 신나는 이야기랍니다.

 

우리도 학교가기 싫어하는데, 자유로운 존재인 꼬마 도깨비가 얼마나 학교 가기 싫을까요? 게다가 새로 오신 담임선생님은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러니 더욱 학교 가기 싫겠어요.

 

저도 어린 시절 토요일이 되면 학교에 종종 빠졌답니다. AFKN tv 방송에서 토요일 아침이면 애니메이션을 틀어줬거든요. 톰과 제리, 곰돌이 푸우 그 외 많은 애니메이션을 틀어줬죠.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요. 학교 가기 싫다면 아빠가 괜찮다고 tv보라며 무단결석을 허락해주시곤 했답니다. 학교 가는 것보다는 말을 못 알아들어도 AFKN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던 거죠. 하지만, 왕기철이란 도깨비가 우리 반에도 있었다면 토요일도 학교에 갔을 거예요.

꼬마 도깨비 왕기철은 그렇게 가기 싫던 학교가 갑자기 재미있어졌답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더욱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선생님이 토괭이라는 이상한 동물을 가져다 놓고는 절대 물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고, 아이들을 무시하는 처사죠. 아이들에게 금기는 깨뜨려야 할 모험이니 말입니다. 아이들은 너무도 당연히 토괭이에게 물을 줍니다. 그리곤 토괭이가 괴물로 변해가자 더욱 신나서 반 아이들 모두가 너도나도 물 한잔씩 준답니다(사실은 물이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의 빨간약이 문제랍니다. 빨간약은 속모습이 나타나는 약이거든요.). 이렇게 해서 토괭이는 괴물이 되죠. 무섭다고요? 아닙니다. 꼬마 도깨비 왕기철과 친구들은 신나 합니다.

괴물로 변한 토괭이에게 책을 던지는 아이들의 장면이야말로 신나는 학교생활의 절정입니다. 책을 모두 던져버리고 괴물 토괭이는 책을 다 먹어치웁니다. 교실에선 책이 사라져 버렸어요. 작가는 말합니다. 공부만 할 줄 아는 아이들은 할 게 없다고요. 맞아요.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잘하면 더욱 좋겠고요. 하지만, 공부만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어쩌면 진짜 아이들이 아닐지 모릅니다. 이런 아이들 혹시 빨간약을 먹이면 본 모습이 드러날지도 몰라요.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아무튼 이 동화 참 유쾌하네요. 빨간약(속 모습이 나타나는 효과), 파란약(겉모습이 나타나는 효과)의 존재가 재미나고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동화속의 아이들은 모두 빨간약을 하나씩 먹는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속 모습이 나타나죠. 그런데, 아이들은 모두 각양각색 동물들로 변하네요. 아이들의 속 모습이 예쁜 동물들이었나 봐요. 학교는 동물원이 되어버렸죠. 이런 아이들이 사람으로 돌아오려면 세 가지를 지켜야 한 대요.

 

1. 인내를 할 줄 알아야

2. 책임을 질 줄 알아야

3. 남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됨.

 

그러니, 동화가 이런 윤리적 교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윤리적 교훈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죠. 기본적으로 윤리적 교훈을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윤리를 살짝 뛰어넘어 재미와 유쾌함을 보여준답니다. 만약 학교들이 모두 동화 속처럼 신나는 일들이 잔뜩 벌어지는 곳이라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네요.

 

재미를 좇고 있다고 해서, 학교에 가 공부하는 목적을 동화는 빠뜨리지 않아요.

 

꼬마 도깨비들이 학교에 가는 건 진짜 자기를 찾기 위해서란다. 진짜를 찾지 못하고 가짜로 살다간 언젠가는 세상에서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 거야.(19쪽)

 

이처럼 동화는 의미와 재미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아이들로 하여금 신나는 학교생활을 꿈꾸게 합니다. 참 재미나고 좋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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