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지대 -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캐롤린 마스던 지음, 김옥진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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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와 탈리브는 사촌이다. 동갑에 같은 반 절친 중에 절친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예기치 않은 일로 깨지게 된다. 누리 외삼촌이 수니파의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누리네 가족은 시아파다. 가족 모두. 아니, 큰 집 식구인 탈리브네 가족만 제외하고 말이다. 탈리브와 누리는 친사촌간이지만, 탈리브네 엄마는 수니파다.

 

외삼촌이 희생된 사건 이전에는 누리네 큰엄마가 수니파인 것, 누리네 가족이 모두 시아파인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삼촌의 죽음 이후 누가 수니파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가 말이다. 그전에 함께 웃고 호흡하던 이웃이 어느 파인지에 따라 관계가 단절된다.

 

누리네 외삼촌의 죽음에 사촌 탈리브네 가족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누리도 잘 안다. 하지만, 누리는 이제 탈리브가 밉다. 탈리브 역시 누리의 이 감정을 알게 되고, 둘은 멀어진다. 아니 두 가족은 이제 서로 왕래하지 않게 된다. 뿐 아니라, 누리는 외삼촌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결국 탈리브에게로 향하게 된다. 늦은 밤 사촌동생들을 데리고 탈리브네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린다. 끔찍한 경고문구와 함께 말이다. 이로 인해 탈리브네 가족은 집을 버리고 떠나게 된다. 평화의 거리인 무타나비 거리로.

 

이렇게 깨어진 둘의 관계, 그리고 누리와 탈리브 가족 간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청소년 소설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백색 지대』는 이라크 땅에 붉게 물들인 반목, 미움과 증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설은 평화롭던 두 가정, 두 형제의 가정이 어떻게 반목하게 되고 관계가 깨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웃의 단절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도 보여준다. 지성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무타나비 거리가 어떻게 끔찍하게 변하게 되었는지도 말이다.

 

소설이 누리와 탈리브 두 사촌간의 관계를 그려내면서, 이와 함께 끊임없이 등장시키는 두 가지 내용이 있다. 하나는 신에 대한 자세,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의 개입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과연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그 폭력이 정당한지. 아울러 평화라는 이름으로 개입한 미국의 전쟁이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말이다.

 

같은 신을 찾고, 같은 신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 신의 이름으로 상대를 죽이는 아이러니. 단지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미움과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부조리에 대해. 아울러 이라크의 불행은 단순히 독재자 탓만이 아닌, 미국의 오만한 개입이 불러들인 재앙임에 대해 말이다.

 

어쩌면 우린 그 땅을 여전히 ‘악의 축’의 땅이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게 된다. 소설은 그 땅 역시 우리와 같은 온기가 있는 이들이 살아가는 땅임을 보여준다.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폭력을 사랑하는 괴물들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은 단지 폭력의 희생자임을 말이다. 폭력 앞에 우리처럼 아파하고 불안해하며, 공포를 느끼며 눈물 흘리는 삶이라는 것을 소설은 오롯이 보여준다.

 

소설의 마지막 순간 그 땅에 하얀 기적이 찾아온다. 파괴와 살육, 미움과 증오의 땅에 하얀 눈이 내려 잠시 서로를 향한 폭력을 멈추었던 순간을 하얀 기적이라 말한다. 이 하얀 기적은 물론 일시적인 기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순간의 기적을 통해, 소설은 반목과 미움의 자리에 화해와 공존이 찾아올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길 희망하며, 촉구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그 땅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졌던 무의미한 전쟁을 말이다. 후세인의 독재, 그리고 독재자가 위협하는 세계평화라는 명목, 대량살상무기를 찾겠다며 미국이 시작한 이라크 전쟁. 그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독재자를 몰아낸 것 외엔 아무런 성과(물론 미국의 입장에서의 성과는 있지만 말이다.)가 없는 미국의 개입. 아니 오히려 여전히 끝나지 않는 더 큰 상처와 반목을 낳은 전쟁이다.

 

한 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여전히 닫히지 않는다. 지금도 서로를 향해 폭탄을 터트리는 땅. 그곳에 과연 평화가 도래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먼 것 같다. 하지만, 그 땅에도 평화가 하얀 눈처럼 내리길 바란다. 아울러 결코 그 평화의 눈은 녹지 않길 원한다. 그럼으로 소설 속의 누리와 탈리브가 현실의 삶 속에서도 서로 부둥켜안고 화해하며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행복의 일상을 맛볼 수 있게 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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