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든 루스 -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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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린 삼포시대, 오포시대를 넘어 칠포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처음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그러던 그들은 이젠 인간관계와 내집마련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래도 좋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힘겨워도 꿈과 희망이란 것을 붙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젠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칠포시대란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힘겹다. 중년은 중년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힘겨움이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의 힘겨움은 언제나 유독 아프다. 한창 피어나야 할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포기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청춘이라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시대 젊은이들 삶을 소설 『담배를 든 루스』는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얼룩, 주머니, 수염>이 당선된 후 장편 <담배를 들고 있는 루스 3>으로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책 『담배를 든 루스』는 바로 그 수상작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사람들 곁에 떠도는 사물을 본다는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가 곁들여져 있다(솔직히 왜 이런 설정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이 위에는 피아노가, 어떤 이 위에는 휴지통이. 이처럼 사람들 곁을 떠도는 사물을 보는 주인공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젊은이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아르바이트 숙련자(?)인 주인공. 지금은 <날씨연구소>의 직원이다. <날씨연구소>란 다소 괴상한 이름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유는 방세를 내고,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토록 방세를 벌기 위해 일하느라 정작 힘겹게 얻은 방에 있지 못하고, 학비를 버느라 도리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인생이라는 점이다. 오늘 우리 곁에 이런 젊은이들이 어디 한둘이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젊음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춘들.

 

작가는 이들의 힘겨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는 돈이 모이지 않는 게 일종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는데, 어째서 늘 돈이 없는 걸까. 문장으로 써도 셈을 해봐도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돈이 없던 사람은 쭉 없을 수밖에 없다는 걸.(96-7쪽)

 

그 때 알았다. 돈은 처음부터 있는 사람만이 모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언제나 돈이 생기기 무섭게 집세를 내야 했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야 했다. 조금 목돈이 모이면 등록금을, 책값을, 교통비를, 공과금을 내야 했다. 그래도 언제나 돈이 없었고 심지어 빚투성이였다. 돈은 나를 파이프 삼아 제멋대로 흘러 다녔다.(98쪽)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민중을 개 돼지로 인지하는 특권층 때문일까? 그네들의 신분, 그네들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과 힘 앞에 여전히 민중은 개 돼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수많은 아르바이트에 젊음을 바치면서도 여전히 허덕여야만 하는 걸까? 모를 일이다.

 

작가는 허황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칠포에 동참하라 말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태로운 걸음을 걸어가고 있음이 고맙다. 여전히 우린 칠포 시대에 살아가겠지만, 그럼에도 우린 꿈과 희망 그리고 포기 사이에서 위태롭게 걸어가야 한다. 소설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오늘 우리는 우리가 써나가는 삶의 소설 속에서 그래야만 한다. 여전히 그렇게 걸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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