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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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둘은 콤비 작가로 이미 10여 편의 베스트셀러를 공동 집필했다고 한다)의 신간 소설 『죽기 위해 산다』는 마치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이란 말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이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첩보원(정식 첩보원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기도 하지만.)이기 때문이다. 시한부 인생이기에 목숨을 도외시 않고 달려들기에 오히려 임무를 잘 수행하게 되는 그런 모습, 정말 생즉사 사즉생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소설은 기드온 크루의 어린 시절(1988년, 12살)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연구원이었던 아버지가 인질극을 벌이고 현장에서 사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 때의 사건부터. 국가기관의 연구원이었던 아버지가 국가를 배신하고 인질극을 벌이다 현장에서 사살 당하였다. 그리고 이 일은 기드온 일생에 낙인이 되어 삶을 힘겹게 만든다.

 

이제 소설은 8년을 건너뛴다. 어머니의 임종 직전 상황으로. 청년 기드온(20살, 1996년)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서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국가의 반역자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실상은 국가 첩보 프로그램의 오류를 잡아냈고, 이 문제를 보고하였지만, 상부에서 묵살함으로 26명의 비밀첩보원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 뿐 아니라, 이 모든 일을 기드온의 아버지에게 덮어 씌워 사살하였던 것. 어머니는 죽음 직전 이 사실을 밝히고 복수를 당부한다.

 

이제 복수를 위해 준비하던 세월을 건너 뛰어 소설은 현재 복수를 앞둔 주인공으로 넘어 온다. 그 동안 복수를 위해 착실히 대학에 다니고 박사가 되어 국가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기드온은 휴가를 내어 통쾌한 복수를 진행하게 된다. 이런 복수 장면이 참 통쾌할뿐더러, 기드온의 철두철미하며, 빼어난 능력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는데, 기드온에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기드온의 실력을 인정하며 비밀 첩보활동을 맡기려는 것. 기드온은 이제 정식 국가 기관은 아니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비밀 기관의 첩보원이 되어 임무를 실행해나간다. 이번 임무는 중국에서 망명하는 중국 과학자가 만든 비밀 무기 자료를 회수하는 것. 하지만, 과학자는 기드온의 눈앞에서 교통사고의 희생자가 되고, 이 일을 진행하는 가운데, CIA 요원, 그리고 모두가 맞서길 두려워하는 엄청난 살인 병기 등과 얽히게 된다. 일개 과학자가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일개 과학자라고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드온의 감춰진 전직은 뛰어난 도둑이었으니 말이다. 미술관을 통째로 털었던 전력이 있는. 게다가 오랜 세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갈고 닦은 변장술이 큰 무기가 된다. 무엇보다 큰 무기는 기드온은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것. 수술도 할 수 없는 뇌혈관 이상으로 기드온은 주어진 시간 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다 어느 한 순간 죽게 될 운명. 죽음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야말로 기드온의 가장 큰 무기이다.

 

기드온은 분명 놈의 두려움을 감지했다. 놀랄 일은 아니다. 놈도 인간이라는 증거일 뿐. 반면 기드온 자신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여기가 막바지다. 이 굴뚝에서 살아 나갈 방법은 없다. 그게 뭐 어쩌란 말인가?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인데.

그 생각이 오히려 묘한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노딩 크레인(절대 살인 병기인 사람)이 절대 알지 못하는 비밀무기를 손에 쥔 셈이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강격한 무기를.(397쪽)

 

그렇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야말로 가장 무서운 자다. 이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한부 인생’ 기드온 크루가 펼치는 첩보 활동이 재미나다. 긴박하게 진행되면서도 탄탄한 구성과 때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배경설명 등이 돋보인다. 마치 냉전 시대의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뭐니 뭐니 해도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죽음을 초월한 기드온의 자세가 아닐까?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이라는 점. 사실 이것이야말로 기드온이란 캐릭터에게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이 단점이 오히려 엄청난 저력으로 발휘되는 역설을 소설은 보여준다.

 

또한 세상을 뒤엎을 엄청난 무기, 세상을 정복할 만한 엄청난 무기의 실체를 알게 된 기드온이 그 무기를 처리하는 방식도 멋지다. CIA도 FBI도 어느 누구도 모르던 이 신무기란 다름 아닌 ‘실온 초전도체’였다. 이것이 실용화 되면, 세계에서 소실되는 전력량의 99%를 절감할 수 있는 엄청난 물건. 아니, 현재 전기 사용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면, 99배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엄청난 신 재료를 손에 넣는 자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없애길 원하는 석유 강국들도 있겠고. 과연 이 엄청난 재료를 손에 넣은 기드온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그 처리 방식을 보면, 기드온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것을 손에 넣으려는 세력도 있고, 자신들의 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것을 폐기하려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을 유익하게 할 이것을 무상으로 공개하려는 자들도 있다. 여러분이라면 이들 누구와 손을 잡겠는가? 기드온의 결정이 멋지고 감동스러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결정.

 

현 시대 극이면서도 마치 냉전 시대의 첩보물을 보는 것 같은 신나고 재미난 소설이다. 기드온의 또 다른 활약을 만나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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