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아기 - 꽃 10송이에 담긴 이야기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3
유명은 지음, 손희선 그림 / 파란하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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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파란하늘에서 출간되고 있는 <전설 시리즈> 3번째 책 『선녀와 아기』가 나왔습니다. 부제로 「꽃 10송이에 담긴 이야기」란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 꽃 열 종류에 얽힌 전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나리꽃, 두메양귀비꽃, 동자꽃, 며느리밥풀꽃, 백일홍, 쑥부쟁이, 은방울꽃, 애기똥풀, 찔레꽃, 할미꽃이 그 열 가지 꽃입니다. 대부분 우리가 흔히 봐왔던 꽃들이지만, 그 안에 얽힌 전설을 알게 됨으로 추후 이 꽃들을 볼 때마다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네요.

 

꽃에 얽힌 전설들을 살펴볼 때, 공통점이 있어요. 그건 모두 하나같이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시 말해 이야기를 잉태한 삶의 자리, 그 이야기의 못자리가 고난의 자리라는 겁니다. 개나리는 몸이 아픈 엄마와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음식을 구걸합니다. 동자승은 추운 겨울 폭설로 길이 끊겨 홀로 암자에 남겨져 죽어가고요(오세암 이야기도 이런 내용 아니었나 싶네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구박에 죽게 되고요. 백일홍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에서 처녀는 이무기에게 재물로 바쳐집니다. 찔레는 고려시대 원나라에 공녀로 차출되고요.

 

이처럼 모든 이야기가 힘겹고, 눈물이 가득한 건 당시 민중들의 삶이 이처럼 곤고했기 때문이겠죠. 얼마나 그 삶이 힘겨웠으면, 그네들의 삶의 자리에서 잉태한 전설들이 하나같이 고단할까요. 안타까운 건, 그 결말도 거의 대다수가 슬프다는 겁니다. 해피엔딩은 애기똥풀에 얽힌 이야기뿐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책 제목을 『선녀와 아기』로 잡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유일한 해피엔딩 이야기 애기똥풀 이야기가 바로 「선녀와 아기」거든요. 아무튼 이처럼 모든 전설들이 슬픔으로 끝맺는 이유는 당시 민중의 삶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끝내 고난과 슬픔, 한숨과 눈물로 마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전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꽃으로 피어남에 당시 민중들의 희망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바로 묵시적 희망의 발현이 꽃으로 표현되고 있는 거죠. 지금 당장은 힘겹고, 끝내 이 땅에서의 마지막까지도 슬픔으로 마쳐질지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그리고 그 시작은 꽃으로 활짝 피어나게 됨을 소망하고 있는 거죠. 그렇기에 슬픔 가운데 꽃으로 피어나는 당시 민중들의 소망, 희망, 꿈을 전설을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이처럼 힘겹고 고단할 지라도 꽃으로 피어나는 삶이 되면 좋겠네요. 물론 죽어서만이 아닌, 오늘 여기, 삶의 자리에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전설이 갖는 특징 때문일까요?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처럼 보편적 힘겨움을 내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전설 속에 담겨진 구체적 삶의 자리를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어요. 물론 이야기 자체가 구체적 삶의 자리를 밝히는 경우도 있고요. 찔레꽃 이야기는 고려시대 처녀 조공문제로 시작되고, 며느리밥풀꽃은 물론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시집살이라는 구체적 삶의 정황을 이야기하죠. 애기똥풀 이야기인 「선녀와 아기」는 충북 보은이라는 구체적인 지리적 자리를 이야기합니다.

 

가진 자의 횡포 앞에 눈물 흘리는 약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전설도 있고요. 바로 두메양귀비꽃 이야기가 그래요. 백두산 천지 용왕의 딸과 짚신 장수 청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전하는데, 유독 용왕의 갑질이 눈에 거슬리네요. 예나 지금이나 힘이 있는 자들은 자기 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약자들의 티끌을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네요. 모든 잘못을 약자의 탓으로 돌려버리기도 하고요. 사실은 용왕 자신의 잘못 때문인데 말입니다. 이런 강자의 횡포 앞에서 그렇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전설이 잉태되었을 터인데,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세상은 여전하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전설 이야기들을 살펴본다는 것이 재미난 것은 바로 민중들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열 개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다 살펴보면 좋겠지만, 서평은 여기에서 마치렵니다.^^ 우리의 삶이 꽃으로 환하게 필 날을 꿈꾸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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