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 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20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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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제 《아르센 뤼팽 전집》의 마지막 책 20권이다. 이 번 책에서는 하나의 장편과 하나의 희곡을 싣고 있다. 장편은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이고, 희곡은 「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이란 제목이다. 먼저, 희곡을 언급한다면, 아르센 뤼팽 전집 20권에 실린 수많은 장편과 단편들 가운데 유일한 희곡이란 점이 독특하다. 아울러, 그 내용 역시 희곡이기에 하나의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내용들이기에 소설과는 또 다른 맛을 전해 준다. 희곡으로도 이처럼 추리소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아니, 소설보다 더 추리소설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이 특별하며, 희곡이기에 그럴까? 더 유머러스하다.

 

실질적인 뤼팽의 마지막 이야기인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는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퍼트리샤 존스턴이란 여인, 신문사 기자이자, 신문사 사장의 비서였던 퍼트리샤는 어느 날 자신의 상관인 맥 앨러미에게서 프러포즈와 함께 봉인된 서류봉투를 받게 된다. 정해진 날짜 전엔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다짐을 받은 서류.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퍼트리샤는 사장의 미행하게 되고, 사장이 어떤 모임을 하게 됨을 목격하고, 얼마 후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한 마디로 뤼팽의 엄청난 재산을 탈취하려는 모임과 뤼팽 간의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 선량한 인사들과 함께 무시무시한 범죄인들이 망라해 있는 집단인 마피아와 뤼팽 간의 대결. 그 대결에서 계속 밀리는 느낌을 갖게 하는 뤼팽으로 인해 조마조마하게 한다. 특히, 이 대결에서 ‘냉혈한’으로 불리는 마피아노란 인물과 뤼팽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퍼트리샤란 여인의 역할도. 마피아노는 뤼팽과 일대일로 맞서 한 번도 우위에 점하지 못한다. 철저히 뤼팽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마피아노는 소설 내내 뤼팽의 집에 마음대로 출현하고 활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 반해 뤼팽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임으로 마피아노가 우위에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물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소설 말미에서 밝혀진다.). 이런 모습을 통해, 뤼팽은 자신의 재물을 지켜내기에도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연 뤼팽의 엄청난 재산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또한 이번 이야기는 뤼팽의 대미를 장식해서일까? 뤼팽이 가장 신뢰하는 유모 빅투아르가 등장하기도 하고, 베슈 형사가 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16권의 「바리바」에서 베슈 형사는 뤼팽의 절친으로 등장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또 다시 처음 대적관계로 등장한다. 어쩌면 이는 베슈 형사란 캐릭터가 모호하다기보다는 작가의 오류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베슈 형사는 이미 반장인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반장이 되고 싶어 하고, 뤼팽이 이 일을 도움으로 베슈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가니마르 수사반장도 등장한다(1-3권에서 등장했던 가느마르 반장이다.). 특히, 가니마르의 등장은 1권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배에서 내리며 가느마르에게 잡히던 뤼팽의 모습이 이번 이야기 말미에서도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가니마르와의 대결을 통해, 뤼팽의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회복하며 이야기는 마쳐진다.

 

세련된 기품이 넘쳐흐르지만 도둑의 본성은 언제나 유지하는 뤼팽. 다른 사람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서도, 실상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을 등한시 하지 않고,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지갑을 슬쩍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뤼팽(물론 기회를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때론 전지전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론 연약하기만 한 사내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 뤼팽. 미인을 사랑하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지만, 미인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뤼팽. 때론 뻔뻔스럽고, 때론 히스테리를 부리는 못난이지만, 대체로 여유를 부리는 신사이자 위트가 넘치는 뤼팽. 이 귀여운 악당의 이야기는 이제 끝나게 된다(개인적으로는 13권을 아직 읽지 않았지만, 책상 위에서 날 기다리는 녀석, 잠깐만 기다리길.). 아쉽지만, 뤼팽과 함께 한 긴 여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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