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헌터스 5 : 혼령들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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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섀도우 헌터스』 5권이다. 부제는 「혼령들의 도시」다. 5권은 우선 그 부피감이 두툼하다. 시리즈 앞 권들 역시 모두 두툼한 분량이었지만, 이번 5권의 부피는 단연 갑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그러니 그 엄청난 분량이 주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드디어 발렌타인의 진짜 아들 세바스찬(조너던 모겐스턴)이 본격적으로 악의 축으로 등장한다. 세바스찬은 그의 아버지 발렌타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악이다. 발렌타인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악을 행한다. 물론 이것 역시 대단히 위험하다. 바르지 못한 확신이야말로 위험하기에. 그럼에도 발렌타인은 자신이 악을 행한다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은 옳은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반면 세바스찬은 자신이 하는 일이 악한 것임을 잘 알면서 자연스레 악을 행한다. 그러니 발렌타인은 의도적으로 악을 행하는 것은 아닌 반면, 세바스찬은 아무런 가책 없이 악을 행하고 즐긴다.

 

또한 발렌타인은 인간을 지키는 것이 섀도우 헌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물론, 그 인간의 범위가 어떤지는 별개지만.). 반면 세바스찬은 인간을 바퀴벌레 취급한다. 어떤 인간도 그에게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세바스찬의 등장으로 악이 더욱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셈이다. 이러한 세바스찬의 위협 앞에 클라리와 이사벨, 사이몬, 알렉 등은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까?(제이스가 빠져 있는 이유가 있다.)

 

5권은 제이스가 사라짐으로 시작된다. 악마 릴리스와의 대결을 승리로 이끈 후, 사건의 종결을 기다리던 클라리 일행 앞에서 제이스가 실종된다. 세바스찬의 시신을 지키고 있던 제이스가 세바스찬의 시신과 함께 사라진 것. 제이스를 찾기 위해 클라리는 사이먼, 알렉, 이사벨과 함께 요정의 여왕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요정의 여왕은 인스타튜트에 보관되어 있는 요정의 반지를 가져오도록 요구한다(이 반지는 5권에서 클라리와 사이먼 사이를 연결해 준다.). 이 때, 요정의 여왕은 클라리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

 

내 충고 한 마디 해주지. 벗을 찾는 여정에서 그대들은 지혜를 기억해야 할 것이야.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흔히 따르는 결과이기도 한데. 그대들이 그를 다시 찾았을 때 어쩌면 그는 그대들과 헤어졌을 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몰라.(60쪽)

 

그렇다. 5권 역시 4권과 마찬가지로, 정체성의 문제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특히, 5권에서는 제이스가 달라졌다. 그에겐 이제 야성이 사라지고 세바스찬에게 순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살아난 세바스찬은 제이스를 지배한다. 제이스는 제이스면서 제이스가 아니다. 세바스찬과 제이스는 서로 운명이 연결된다. 이제 둘은 어느 한쪽이 상처 나면 다른 한쪽도 상처 나게 되고, 죽음마저 그렇게 결정 나게 된다. 만약 클라리 일행이 세바스찬을 찾아내 죽인다 할지라도 제이스 역시 함께 죽게 될 것이다.

 

바로 여기에 5권에서의 가장 큰 문제가 담겨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리 일행은 이리저리 애쓴다. 섀도우 헌터스의 무기를 만드는 ‘철의 자매’를 찾아가기도 하고, 악마를 소환하기도 하며, 심지어 천사마저 소환하기도 한다. 이런 모험의 여정을 5권 「혼령들의 도시」는 그려내고 있다.

 

또한 여기에 사이먼과 썸을 타던 늑대인간 마야는 옛 애인 조던(사이먼의 룸 메이트인 프리터 루퍼스의 일원)간의 캐미도 재미나다. 둘은 상처 입은 루크를 살리기 위해 마야와 조던이 프리터 루퍼스 본부로 향한다.

 

알렉의 고민도 한 몫 한다. 영원히 사는 존재인 마법사 매그너스와 사랑에 빠진 알렉은 자신은 점차 늙고 결국엔 소멸될 텐데, 매그너스는 영원히 살게 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알렉은 고민하게 되고, 이런 고민을 이용해 못된 뱀파이어 카밀이 알렉을 뒤흔든다. 이 고민 앞에 알렉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살피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재미다.

 

참, 사이먼과 이사벨의 캐미 역시 재미나다. 4권에서 이사벨과 마야 둘과의 위험한 더블 데이트를 즐기던 사이먼은 이제 이사벨과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다. 과연 이 둘은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물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클라리가 세바스찬, 제이스와 함께 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들에서는 혹시 세바스찬이 정말 달라진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면서, 세바스찬에게 한 가득의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세바스찬이 달라졌을까?

 

아무튼 세바스찬은 끊임없이 주인공 클라리와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세바스찬이 클라리에게 하는 이 말을 보자.

 

너,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 말은, 나 같은 사람도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482쪽)

 

물론, 어느 누구도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용서에는 진실함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야기 속에서 세바스찬의 진실한 돌이킴이 말이다. 과연 세바스찬은 진실한 돌이킴을 행할까? 비밀이다.^^

 

살짝 결말 하나 밝혀보면, 사이먼(이사벨, 알렉, 매그너스와 함께)은 친구인 클라리와 제이스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천사에게서 검을 얻는다. 이 검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제이스와 세바스찬 둘 간의 관계를 끊고, 어느 한편을 죽일 수 있다. 특히 악함이 선함보다 강한 자를. 그런데 클라리는 이 ‘영광의 검’으로 세바스찬이 아닌 제이스를 찌른다. 제이스 안에 악함보다 선함이 더 많다면 제이스가 살 수도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이 그렇듯, 『섀도우 헌터스』 역시 끊임없이 악과 선에 대해 이야기한다(물론 선이 무엇인지 의심케 하기도 하지만.). 우리 안에는 선과 악 무엇이 더 많을까? 선의 힘이 더 강하길 소망해 보며, 5권을 덮는다. 6권의 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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