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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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유타카 라는 일본 작가의 데뷔작 『크리피』를 일게 되었다. 이 작가는 현재 호세이 대학 국제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데, 2011년 발표한 『크리피』가 제15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에 수상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데뷔작이지만, 데뷔작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탄탄한 스토리가 금세 마음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다카쿠라는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아내와 함께 한적한 주택에서 살고 있다. 옆집에는 니시노라는 평범한 남성과 그 가족이 살고 있고, 앞집에는 90대, 70대 두 노 모녀가 살고 있다. 이렇게 세 집이 조금은 주변 집들과는 단절된 느낌의 주택가에 살고 있는 다카쿠라에게 어느 날 고교 동창생인 노가미가 찾아온다. 노가미는 현재 경시청 소속 형사인데, 8년 전 히노 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이 사건의 무대가 되는 주택가는 다카쿠라의 집 환경과 너무 유사하다.)에 대해 범죄심리학자인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것.

 

이 일 이후 다카쿠라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도움을 청했던 친구 노가미 형사가 실종되고, 또한 앞집 노 모녀 집에 갑자기 불이 나기도 하고, 화재의 현장에서 시신이 발견되는데, 2구가 아닌 3구가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논문 지도를 하던 미모의 여대생 린코가 같은 과 오와다 라는 넉살 좋은 친구에게 스토커를 당하기도 한다. 여기에 8년 전 히노 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까지. 게다가 옆집의 친절한 남자 니시노의 진면목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날 그 집 딸아이가 말한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이처럼 다카쿠라 주변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겹겹으로 벌어지는데. 다카쿠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사건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지만, 이 모든 사건은 한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그건 바로 노가미 형사의 이복형이자 ‘악의 천재’라고 불리는 야지마란 남성과 말이다.

 

이 소설 『크리피』에서 악의 천재라고 불리는 야지마가 벌이는 살인행각은 ‘위장 살인’이라 불린다. 이는 메이지 시대(1868-1912)에 이바라키 현의 시골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갓난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의 남편을 살해한 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남편으로 위장해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을 속이고, 원래 부부의 부모도 죽이고, 그 재산을 가로챘던 사건. 남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몰랐던 이유는 젊은 아내는 오랫동안 마을에서 살던 토박이지만, 남편은 다른 지역에서 온 데릴사위였기 때문이란다. 현대 사회보다 이웃과의 관계가 훨씬 긴밀했던 메이지 시대에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인간관계가 취약한 현대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누가 눈치를 챌 수 있을까?

 

작가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웃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 이웃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뀐다고 해서 눈치 챌 수 있는가? 당신과 이웃 역시 단절되어 있지는 않은가?

 

소설 속의 끔찍한 범죄가 가능한 이유는 이웃의 단절에 있다. 이웃을 향한 무관심이 예의이자 미덕이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에 바로 끔찍한 범죄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이런 단절이 계속될 때, 나의 평범한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살인마로 바뀌어도 모르게 될 것이며, 그 살인마의 마수는 나를 향해 뻗어오게 될 것임을 작가는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이지만, 소설의 전개는 너무나도 흥미롭다.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첫 페이지를 펼쳐 읽는 순간 눈을 뗄 수 없이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될 소설이다. 작가의 데뷔작이기에 또 다른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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