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40호 2016.봄 - 다람살라 2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종합선물세트> 한 상자 받으면 하늘을 날 듯 기뻐하던 추억이 있다. 지금이야 이런 종합선물세트가 눈에 띄지 않고 약식 종합선물세트들뿐이지만, 어린 시절 <종합선물세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스넥, 비스켓, 사탕, 젤리, 양갱, 초콜릿, 껌까지. 참 다양한 품목들이 동심을 행복하게 만들던 <종합선물세트>(사실 정말 그렇게 한 상자 가득이었는지, 아님 실제 별 것 없는데 그런 기분으로 확대하여 추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학계간지 『ASIA』 2016년 봄호를 읽으며 바로 이런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견문기, 대담, 단편소설, 시, 서평, 짧은 아티클 등 다양한 글들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어느 것을 골라 먹든 그것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티벳 망명정부가 세워진 곳 다람살라 이야기를 통해서는 왠지 다른 시대에 대한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누구나 좋아하는 김용택 시인을 위시로 일본 작가들의 작은 시집, 심훈문학상 수상작 시들을 감상하게 되는 특혜는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행복한 선물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임에 이견이 없는 고은 시인과의 대담은 우리의 서글픈 현대사와 함께 한국어에 대한 시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호 <ASIA의 작가>는 요 근래 그 작품들을 통해 매력을 느끼던 작가 이순원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팬심을 품고 읽었다. 그의 글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이 바로 그의 태생(?)부터 자라온 다양한 환경에서 유래하게 되었음을 알게 될뿐더러, 작가가 글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글을 읽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종합선물세트> 속에 들어 있는 맛난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먹으며 특별히 인상 깊은 맛을 느낀 것은 다름 아닌 미야자와 겐지에 대한 글이다.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은하철도의 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은하철도의 밤』 전문을 읽어보고 싶은 욕심도 품게 하였지만, 더욱 특별한 의미도 다가왔던 것은 1000년간 일본인이 좋아하는 문인 순위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미야자와 겐지가 살아생전 냈던 두 권의 책을 산 독자는 고작 5명밖에 없었다는 점은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베스트셀러 작품과 작가만이 최고의 진리가 되어버리는 시대에 미야자와 겐지의 살아생전 책 판매량은 신선한 충격이자 하나의 메시지로 생각되기도 한다. 많이 팔리는 작품이 진리가 아니라, 진정 좋은 작품이 진리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ASIA 출판사의 책들은 어쩌면 미야자와 겐지와 같은 맛을 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도 좋은 책들로 독자들의 마음에 풍성한 맛을 전해주길 기대해보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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