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제철소 옆 문학관 1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 제철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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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집은 처음 읽게 된 것 같다(예전에 시극(詩劇)은 읽은 적이 있지만). 그러니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내 인생에 처음 만난 희곡집이다. 그 첫 선택, 첫 만남이 왠지 탁월한 선택, 행복한 만남이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아직 잘 모르긴 하지만, 소설집과는 또 다른 희곡집만의 맛이 있구나 싶은. 그래서 앞으로 희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어질 것만 같은 만남이었다.

 

이 책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창작집단 독이란 모임에 속한 아홉 명의 극작가들이 각기 별개의 이야기들을 따로 그리고 같이 써내려간 작업의 결과다. 따로이지만, 결코 따로가 아닌 이야기들 26편(세 개의 테마를 가지고 각기 한 편씩(2부에선 여덟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그래서 26편이다.). 1부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모두 어느 크리스마스 다음날 오후에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부 「사이렌」은 모두 서울 외곽에 자리한 어느 동네의 오래된 5층 빌딩의 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3부 「터미널」은 다양한 터미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민들의 아픔과 슬픔, 고단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또한 그 가운데서 유쾌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1부인 「당신이 잃어버린 것」에 나오는 9편의 이야기들은 그 시기는 같지만 각기 별개다. 물론, 별개의 이야기 속에서도 등장인물이 까메오로 등장하기도 하고, 연결되는 내용들이 있기도 하다. 특히, 한 겨울임에도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마도 매미 울음소리를 통해, 짧은 생을 보내기 위한 7년의 시간, 그 잃어버린 시간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모두 뭔가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다고 분위기가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다.

 

2부 「사이렌」의 경우 8편의 이야기 모두에 등장하는 택배 기사의 존재는 너무나도 웃겨서 읽는 내내 웃음 빵빵 터지게 만든다(똥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는 택배 기사의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너무나도 유쾌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까지 웃긴다.). 또한 3부 「터미널」의 경우 만남과 이별의 장소답게 이별, 떠남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으면서 그 안에 정치적 내용들도 언뜻 비춰주고 있음도 눈에 띤다(댓글 사건, 세월호 사건, 평화의 댐 건설, 4대강 정비 등).

 

이 책을 읽으며 희곡의 매력은 무엇보다 대사로만 내용을 전하기에 간결함에 있지 않은가 싶다. 물론 지문을 통해 상황 설명을 하기도 하고, 긴 내용의 대사들도 있지만, 소설처럼 다양한 내용이나 상세한 설명을 곁들일 수 없다는 한계가 오히려 절제됨 가운데 이야기 속으로 더욱 몰입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짧은 내용들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치 연극을 직접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문득문득 느끼기도 한다. 아울러 금세 끝나버리는 이야기들이지만, 책읽기 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담겨져 있다. 소설과는 또 다른 희곡만의 매력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해준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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