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와 베일에 가린 탐정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지음, 하현길 옮김 / 책에이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이야기를 떠올릴 만큼 아서 코난 도일이 창작한 인물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는 막강하다. 오죽하면 지금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소설(장편 4편, 단편 56편)을 정전으로 삼고 읽고 연구하며, 셜록 홈즈와 연관된 곳을 성지 순례하는 모임이 있을 정도일까. 이들을 셜로키언 또는 홈지언이라 부르다고 하는데, 전 미국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위대한 저술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도 셜로키언이라 한다.

 

이런 홈지언(작가가 영국 사람이니 셜로키언보다는 홈지언이라 불러야 맞겠다.) 가운데 한 사람인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의 두 번째 셜록 홈즈 소설이 나왔다. 『셜록 홈즈와 베일에 가린 탐정』이란 제목인데,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셜록 홈즈의 단짝 친구인 왓슨에 대한 재조명이다. 아니 재조명이라기보다는 재창작이라 해야 옳겠다. 왓슨이 홈즈의 친구가 된 것을 왓슨 편에서의 의도적 접근으로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셜록 홈즈와 베일에 가린 탐정』은 코난 도일의 홈즈 이야기 가운데 두 가지 이야기의 흔적을 많이 느낄 수 있다. 그건 바로 셜록 홈즈 이야기 첫 번째 책인 『주홍색 연구』이야기(홈즈와 왓슨 두 명콤비의 첫 만남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와 셜록 홈즈 시리즈 6권인 『셜록 홈즈의 회상록』가운데 마지막 이야기 「마지막 사건」이다(바로 이 이야기에서 홈즈의 숙명적 라이벌이자 범죄조직의 수장인 모리어티 교수와 함께 라에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져 죽게 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셜록 홈즈 원작의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이 책 『셜록 홈즈와 베일에 가린 탐점』에 잘 버무려져 있다.

 

홈즈의 라이벌인 모리어티 교수는 홈즈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존 워커라는 의사를 이용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불명예 제대한 군의관 출신 존 워커는 궁지에 몰려 어느 곳에도 정착하기 힘들다. 이 때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모리어티 교수. 교수는 워커에게 존 왓슨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신분 세탁을 한 후, 홈즈와 함께 그 유명한 베이커가의 221B번지에서의 하숙을 시작하게 한다. 그러니 홈즈와 왓슨의 만남 이면에는 모리어티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설정이다. 이제 왓슨은 악당 모리어티의 스파이가 되어 홈즈의 곁에 있게 되고, 홈즈와 친구가 된다. 과연 홈즈와 왓슨의 우정은 가짜일까? 아니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까?

 

이처럼 소설은 홈즈의 절친 왓슨을 악당 모리어티에게 사주된 스파이로 설정한다. 이처럼 스파이로 홈즈에게 접근한 왓슨과 홈즈가 어떻게 진짜 친구 사이가 되며, 과연 이들의 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를 가슴 졸이며 읽게 되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는 홈즈와 왓슨의 하숙집 베이커가 221B번지 아주머니인 허드슨 부인 역시 모리어티의 사주에 의해 하숙집 주인이 되었으며,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 역시 모리어티의 부하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원작에서 홈즈를 가장 큰 위협 가운데 몰아넣었던 악당 모리어티를 더욱 크게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두드러진 점이다(솔직히 원작에서의 모리어티는 홈즈를 위협하는 악당이지만 실상 그리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홈지언 작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홈즈와 왓슨의 만남 이면에 감춰진 비밀을 다루는 이야기가 참 재미나다. 단지 아쉬운 점은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 「주홍색 연구」를 단순하게 참고한 수준이 아닌 이 이야기가 그대로 소설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원작의 본문을 잘라내기 하여 소설 속에 붙여넣기를 한 것 마냥 소설 속에서 진행되는 재미난 추리사건 자체는 「주홍색 연구」 이야기 그 자체다(사건의 전개, 등장인물, 대사, 추리 등등이 모두 같다. 물론 등장인물의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왓슨이 스파이라는 설정, 그리고 그 배후에 모리어티 교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설정은 참신했음에도 너무 많은 분량을 원작 그대로 삽입해 놓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소설은 재미있다. 그리고 왓슨이 홈즈를 감시하기 위한 스파이로 접근하였음이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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