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나기 - 김석희 소설집
김석희 지음 / 열림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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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희 작가의 소설집 『하루나기』를 만났다. 김석희 작가? 김석희 작가가 누구지? 처음 이 책을 접하며 든 생각이다. 책은 소개한다. 김석희는 소설가 10년, 번역가 20년의 시간을 보냈노라고. 그리고 이제 다시 작가 인생 제2막을 시작하려 한다고. 솔직히 독자의 미천한 문학적 소양으로 인해 김석희 작가가 누군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런데, 번역가로서의 김석희를 찾아보니, 아하~ 바로 이 분이구나 하게 된다.

 

너무나도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한 분. 또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쥘 베른의 책들을 번역한 분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인. 작가에게는 죄송하지만, 아하, 이 분이 원래는 소설가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소설가로 시작했지만, 번역의 일을 놓을 수 없어, 그리고 점차 창작의 어려움으로 인해 좋은 책이나 번역하자며, 소설가로서의 창작의 삶을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가로 활동하며 창작한 중단편 소설들을 책으로 엮지 않겠다 다짐했단다. 이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작가만의 결단이다. 그런데, 바로 그 소설들이 엮어 세상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소설집 『하루나기』이다. 그러니 이 책을 내놓는다는 것에는 작가의 또 다른 소망과 결단이 담겨 있으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이 결단을 공포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제는 다시 창작의 길을 걷겠노라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어쩐지 수필의 분위기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작가가 그의 글 속에서도 표현하듯이 분명, 얼마간 비틀었을 것임에 분명하지만, 왠지 작가의 삶에 기반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이게 허구인지, 실제 일어난 일인지 아리송하게 하는 소설들. 여러 이야기들에서 주인공의 고향은 제주도이고, 재수 내지 삼수를 하여 대학에 들어갔고, 불문학을 전공했다. 주인공은 글을 쓰는 사람이며, 아내가 일을 한다(이 부분도 많은 경우 같은 직종이기도 하다). 이런 공통점과 함께 조금씩 다른 부분들도 등장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또한 젊음의 치열함과 중년의 공허함이 많이 느껴지기도 하다. 많은 소설들이 좋지만, 「허수아비」라는 소설이 유독 인상 깊다. 왠지 거짓으로 일관하며 동창들을 찾아다니며 살아가는 이두호의 삶이 아련한 아픔으로 다가오는. 또한 과연 이두호의 주장들이 모두 거짓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작가의 제주도에서의 제2막이 멋지게 펼쳐지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며 응원해본다(마침, 오늘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정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작가가 산다는 애월에서 첫째 날 밤을 보낼 예정인데, 이 책을 통해, 이번 제주 여행, 그 첫 시작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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