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 1867년,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 이야기
임이슬 지음, 이종필.김아영 각본 / 고즈넉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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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진채선. 그녀는 당시 여성은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시대적 편견에 맞서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여인이다. 그러니, 시대적 금기를 깨고 우뚝 선 여인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여인에 대한 소설, 『도리화가』를 읽었다.

 

진채선 하면 떠오르는 남성이 둘 있다. 바로 귀명창이라 불리는 신재효와 당시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흥선대원군. 진채선은 바로 이 둘의 여인이었다.

 

신재효는 진채선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학문에 뜻이 있었지만, 시대적 한계, 중인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해 답답한 삶을 살던 신재효는 소리를 통해, 돌파구를 찾게 되고, 그 소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며 정리하려는 큰 뜻을 품게 된다. 바로 동리정사를 짓고 그곳에서 소리꾼들을 양성하게 된 것. 아울러 자신의 학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구전으로 내려오던 소리들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가히 판소리 역사에 있어 아무도 이루지 못한 놀라운 업적을 남긴 것. 게다가 그의 또 다른 업적 가운데 하나는 혼자 판소리를 하던 당시의 통념을 깨뜨리고,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처럼 배역을 맡아 판소리를 하도록 한 점이다. 그런 면에서 신재효 역시 이 소설의 작가인 임이슬이 찾는 작업인 시대적 금기를 깨고 성취를 이룬 대표적 인물임에 분명하다(물론, 소설의 초점은 신재효가 아닌 진채선에게 맞춰져 있다.).

 

그런 신재효를 통해, 또 하나의 꿈을 품은 사람이 있으니 바로 진채선이다. 소리하던 신재효에게서 큰 산의 모습을 보게 된 채선은 여성임을 속이고 소리를 배우기에 이른다. 결국 여성임이 드러나,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지만, 끝내 스승인 신재효의 허락이 떨어지고, 소리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이 여전히 너무 많지만. 특히, 여성은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시대적 편견과 부딪히는 힘겨움이 있지만, 결국 채선은 소리를 얻게 되고, 명창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는 멋진 이야기. 하지만, 그런 그녀는 또 다른 시대적 장벽에 갇히게 된다. 바로 운현궁에서의 소리공연을 통해, 대원군의 눈에 들게 되고, 대원군의 여인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한 것.

 

하지만, 채선에게 있어 참 사랑은 스승 신재효를 향한 사랑뿐이다. 스승을 향한 여인으로서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대원군의 여인이 되는 채선은 과연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될까?

 

임이슬 원작 소설인 『도리화가』는 그 전개가 참 빠르고 글이 간결하기에 강렬하다. 또한 제법 등장하는 옛 표현들(?, 우리가 흔히 사용치 않는 표현이란 말이 옳겠다.)이 소설의 시대적 상황을 더욱 더 느끼게 한다. 진채선과 신재효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할뿐더러,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시대적 금기, 시대적 한계를 깨뜨리고 세상 속에서 우뚝 서게 되는 카타르시스의 기쁨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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