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화랑 야나 숨 쉬는 역사 4
박신식 글, 오윤화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주의 괘릉(원성왕릉)이란 곳에 가면 그곳엔 다른 릉과는 다른 무인석(릉을 지키는 일종의 무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이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다르냐 하면, 이곳에 있는 무인석은 신라인이 아닌, 서역인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은 신라시대에 서역과 무역을 한 증거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기도 하죠.

 

『곱슬머리 화랑 야나』는 바로 이곳 괘릉에 세워진 서역인 무인석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습니다. 당시 서역에서 온 파란 눈에 노란 곱슬머리 무사가 왕의 호위무사로 수고했다는 접근입니다. 바로 그 호위 무사의 아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작가의 상상에 의한 창작 동화입니다.

 

야나는 자신의 생김새 때문에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야나는 신라 아이들과 다르게 노란 곱슬머리에 파란 눈을 가졌거든요. 이렇게 또래 아이들에게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 야나. 그의 화랑이 되기 위한 도전기가 바로 이 동화입니다.

 

야나는 아버지처럼 무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도 신라의 무사가 말입니다. 남들은 야나를 같은 신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야나 자신은 신라인임에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신라에서 태어나 자랐거든요. 물론, 아빠는 서역인이지만, 엄마는 신라인이고요. 그러니 야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1200여 년 전에 신라 땅에서 살아간 다문화 가정의 아이랍니다. 지금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질감이 없지 않은데, 당시에는 어땠을까 싶네요(물론 학자들에 따라서는 신라야 말로 외부 문명에 대한 포용력이 대단하였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시대적 한계로 인한 인종적 차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이처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던 아이 야나, 그의 화랑이 되기 위한 애틋하고 힘겨운 노력이 돋보이는 동화입니다. 또한 다른 또래아이들에게 차별받음으로 갈등관계에 놓이지만, 이 관계가 화해로 나가는 장면 역시 멋지고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말이 있습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말. 그렇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게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음을 우린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은 공장에서 같은 기계로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같다는 게 도리어 이상한 거죠. 그렇기에 나와 상대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함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아울러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야말로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회죠. 모두의 생각과 사고를 같게 만들려는 세상은 끔찍할 따름이고요.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야나’들이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참, ‘야나’라는 이름의 뜻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서로 다름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세상이야말로 가장 좋은 세상이 아닐까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