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책꽂이에서 잠자고 있던 고 장영희 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간 여러 차례 이사를 하며 제법 많은 책들을 정리했는데, 여전히 책꽂이에 남아 있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답니다(제법 책을 정리하고도 아직 많은 책들이 처가와 친가에 남겨져 있는데, 이렇게 좁은 집까지 가져온 것을 보면 장영희 교수님의 글을 꽤나 남다르게 여겨졌나 보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록 우리 곁을 일찍 떠난 아쉬움은 크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그 분의 글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때론 위로가 되고, 때론 기쁨이 되며, 때론 힘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편안하게 말을 이어가는 그 내공이 다시 한 번 느껴지고요. 수필을 어떻게 써나가야 하는구나 하는 배움도 갖게 되는 글들입니다.

 

많은 글들이 가슴을 울렸지만, 에필로그에 실린 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한 눈먼 소녀가 아주 작은 섬 꼭대기에 앉아 언젠가는 배가 와서 자신을 구해 줄 것을 기다리며 희망의 노래를 비파로 연주합니다. 하지만, 물이 자꾸 차올라 결국 섬은 물에 잠기고 소녀 역시 자신에게 어떤 운명이 찾아오는지도 모르고 여전히 희망의 노래를 부르다 죽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이런 허망한 희망이 너무 비참하지 않나 말하겠지만, 저자는 결코 비참하지 않다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힘겨운 투병과정에서도 희망의 글을 써갔던 저자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에 저자의 운명이 마치 눈먼 소녀와 같구나 싶어 먹먹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비참함에 몸부림치다 떠난 것이 아니라, 희망이란 것으로 인해, 저자의 마지막 시간들은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채워진 시간이었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오늘 우리 앞엔 여전히 힘겨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절망하기보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어쩌면, 내가 그리는 그 희망의 모습들이 내 삶에 실제 끌어당겨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을 품어봅니다. 또한 감사하네요. 그분이 마지막 순간까지 외친 희망의 노래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여전히 희망을 선물하며, 또한 새봄을 기다릴 힘을 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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