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코트

할아버지의 코트 ㅣ 철학하는 아이 5
짐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 이마주 / 2015년 11월

이 책 『할아버지의 코트』란 예쁜 그림동화를 읽으며, 먼저 심스 태백(Simms Taback)의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를 떠올려 보게 됩니다. 그 이유는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이 두 책 모두, 유대인의 민요인 <내게는 낡은 오버코크가 있었네.> 를 바탕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엄마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할아버지는 아주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입니다. 이민자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는 굳이 말하고 있지 않지만, 그 행간을 통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겨운 삶을 일으켜 세운 가장 큰 힘은 바로 근면과 절약입니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일했을 뿐더러, 절약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셨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금세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할아버지는 멋진 코트 한 벌을 만들었답니다(할아버지는 재봉사입니다.).

세월이 지나 이 옷은 낡게 되었죠. 그러자 할아버지는 나달나달해진 부분들을 잘라내고는 맵시 나는 재킷을 만들었죠. 이 재킷은 나중에 조끼가 되고, 후엔 넥타이가 되죠. 이 넥타이는 나중에는 증손자를 위한 생쥐인형이 되고, 후엔 그저 낡은 천 조각이 되어 엄마 쥐의 보금자리가 되네요.

이처럼, 한 장의 천이 계속하여 다른 모습으로 사용되어지는 그 절약의 모습이 참 감동이네요. 예전엔 우리 역시 이렇게 살았었는데,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의 어머니도 저희 삼형제를 위해 뜨개질을 하여 조끼나 스웨터를 짜주시곤 했죠. 하지만, 금세 우리가 자라 옷이 작아지면, 옷을 다시 풀어, 그 실과 또 다른 실들을 이용하여 새롭게 스웨터를 짜주시곤 했죠. 그렇게 새롭게 옷을 짜주실 때면, 풀어낸 실을 어머니 곁에서 함께 감곤 하던 기억이 나네요. 구멍 난 양말은 당연히 꿰매 신었고요. 발목이 늘어난 양말은 고무줄을 조여 신곤 했죠. 옷들도 물론 그랬고요. 꿰매고 수선하여 입던 기억. 나중엔 예쁜 걸레나 오자미로 재탄생되기도 했고요. 우리 모두 그렇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문득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절약이 오늘 우리에게 이토록 풍요로움을 선물하게 되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절약정신이 우리네 삶에서 사라져 버린 건 아닌가 싶어 아쉽고, 또 부끄럽기도 하네요.

이 책, 『할아버지의 코트』은 오늘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절약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레 알려주는 힘이 있답니다. 또한 부모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게 힘도 있고요. 우리의 풍요로움이란 축복이 절약정신을 앗아가는 재앙이 되지 않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