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집 이야기 7080 땅콩집 이야기
강성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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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땅콩집 이야기 7080』을 접하며 먼저, 그 제목 ‘땅콩집’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땅콩집은 ‘땅콩껍질 안에 두 알의 땅콩이 들어있는 것처럼, 한 필지에 지어진 두 채의 쌍둥이 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고향 무라리 일대에서 땅콩을 재배하고 수확하기 위해 만주사람들이 지어놓은, 넣은 뜰 한 가운데의 가옥을 가리키지요.”(6쪽)

 

그렇다. 이 책은 전남 영광 무라리가 고향인 태민이 겪어나간 70-80년대의 이야기다. 격동의 세월, 그 격랑을 살아낸 태민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그 시대상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시기는 참 많은 일들이 있던 시대다. 어쩌면 부끄러운 시대이기도 하며, 또한 그런 부끄러움 이면에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던 자랑스러운 시대이기도 하다.

 

부마 민주항쟁, 10.26, 12.12, 5.18, 6월 항쟁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있던 시대, 뿐 아니라, 실미도, 장영자 사건, KAL기 피격, 삼청교육대, 평화의 댐 건설 등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던 시대였다. 무엇보다 안보를 빙자하여 펼쳐지는 강압 통치와 신군부의 정권장악을 위해 벌인 만행 등이 우리의 울분을 자아내게 되는 시대였으며, 국민들을 속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던 정권이 계속되던 암울한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면으로는 이러한 불의와 부정부패가 만연하였기에 어둠 앞에 항거하며 빛을 밝히던 민주화 운동의 자랑스러움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의 삶을 이 소설은 그려내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 뿐 아니라, 그의 고향 ‘땅콩집’을 배경으로 하여 펼쳐진 슬픔의 사건들(두 동생을 잃고, 딸을 잃는)을 보여주며,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싶다. 70년대, 80년대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사회현상은 어쩌면 오늘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또한 그저 이제는 역사책에서나 이야기될 지나가 버린 이야기에 불과하다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모두 누군가에게는 실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었다고. 아울러, 같은 시대를 살아낸 이들 역시 자신에겐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사건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작가는 ‘땅콩집’에서의 슬픔과 비극의 사건들을 통해, 그 타자적 사건들을 모두의 삶 속으로 끌어당김으로, 결국 그 사건들이 나와 무관한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울러 자신의 교수 등용 과정을 통한 좌절과 극복, 그리고 성취의 과정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작가의 음성도 들어본다. 비록 우리가 살아낼 시대, 그 삶의 현장은 힘겨움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부조리가 있을지라도 결국엔 그 삶을 딛고 일어서길 바라는.

 

나의 기쁨이자 자랑인 내 아이들, 잔치에 참석해 주기만을 바라는 부모님. 나를 찾는 누군가가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어딘가가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닌가? 살자. 눈 찔끔 감고 살아주자. ... 이제 난 새로운 편지를 써야 한다. 죽음의 편지가 아닌 삶의 편지를. 절망의 편지가 아닌 희망의 편지를 써야 한다. (243쪽)

 

그렇기에 ‘땅콩집’은 태민에게는 비극의 현장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삶을 일으키고 끌어나가는 원동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오늘 우리들 삶의 공간 역시 이러한 ‘땅콩집’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때론 불의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울분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주인공이 겪어 나가는 아픔을 통해 함께 슬퍼하기도 하며, 또한 태민의 성취가 나의 성취처럼 느껴져 함께 기뻐하기도 할 것이다. 아울러, 70-80년대를 살아온 분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들을 읽으며, 맞아, 그땐 그랬어. 하는 공감도 하게 될 것이다.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질 않았던 젊은 세대들에겐 아~ 이런 역사를 우리 민족이 품고 있구나 하는 우리 현대사 가운데 70-80년대를 배우고 정리할 수도 있는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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