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와 철쭉 - 강소천 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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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전집의 4번째 책인 『진달래와 철쭉』을 만났습니다. 이 동화만은 여러 단편 동화를 모은 동화집이 아닌 장편동화 한편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출간된 때는 한국전쟁이 휴전협정 된 직후라고 합니다. 3번째 책인 『꽃신』출간 보름 후에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물론, 이 이야기는 「희성이의 두 아들」이란 제목으로 10여 년 전인 1940년에 『아이생활』에서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한국전쟁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인 1952년에 「박송아지」이야기와 함께 다시 개작되어 「진달래와 철쭉」이란 이름으로 『어린이 다이제스트』에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원래 이야기는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잉태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 다시 전쟁이라는 커다란 시대적 배경, 분위기가 덧입혀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이 이야기는 전쟁이란 주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쟁 이후에 국가가 새롭게 재건되길 바라는 마음이 두 형제, 진달래와 철쭉에게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주인공들 이름이 참 예쁘지만, 진달래와 철쭉은 사내아이들이랍니다. 이 두 형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헤어지게 되고, 그 뒤로 그들을 거둔 백 포수 아저씨에게 위탁하여 십년을 살며 뛰어난 사냥꾼이 된 형제가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랍니다.

 

아버지를 찾아 떠난 진달래와 철쭉 형제는 나라의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됩니다. 바로 붉은 여우가 나타나 백성들을 괴롭히는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아무도 붉은 여우를 무찌르지 못하고, 도리어 붉은 여우를 잡으러 간 포수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죠. 이에 두 용감한 형제가 나서게 되고요. 사정에 의해 따로 따로 나서게 됩니다. 결국 붉은 여우를 무찌르고 형제가 재회하게 될뿐더러, 아버지와도 재회하게 되고, 두 형제는 공주님과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랍니다.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위기 상황 앞에서 그들을 돕는 의인을 만나 오히려 실력을 쌓게 되고, 그 실력을 통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보상을 받게 되는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 두 형제를 위기 상황 가운데로 몰았던 것은 바로 큰아버지인 박연성 영감이랍니다. 박연성 영감은 탐욕으로 인해 동생 박희성 영감을 몰아세우고, 그 일로 조카들을 죽이도록 사주하는 그런 인물이죠.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황금새를 독차지하기 위한 탐욕이 바로 개인적 재앙의 시작이었답니다. 아울러, 국가의 재앙은 붉은 여우의 등장입니다. 그럼 이들 박연성 영감과 붉은 여우는 누굴 가리키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 민족을 집어 삼켰던 탐욕스러운 일제와 전쟁이라는 괴물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결국 두 형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크게 성공하게 되죠. 결국엔 바로 여기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비록 착하고 순수하여 마치 흥부가 놀부에게 괴롭힘을 당하듯, 착한 박희성 영감은 형인 박연성 영감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이용당할뿐더러 아들들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두 형제는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고요. 하지만, 이들은 힘겨운 상황 가운데서도 실력을 쌓았고, 영물인 붉은 여우에 맞서 싸울 용기와 지혜가 있었죠. 결국 이러한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성공과 재회의 기쁨으로 끝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 힘이 없어 당하기만 하는 박희성 영감이 결국엔 못된 박연성 영감보다 더 잘 된다는 이야기. 아울러 못된 박연성 영감마저 착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도덕적 결말 등. 이러한 것들이 결국엔 일제시대의 억울함과 힘겨움, 그리고 전쟁과 평화협정 이후의 어렵고 힘겹던 시기에 희망을 주었으리라 여겨지네요.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실력을 쌓아야 할 것. 아울러 붉은 여우와 같은 괴물 같은 현실의 위협 속에서도 희미해지지 않는 지혜로움과 용기. 뿐 아니라 선이 힘이 약한 것 같더라도 결국엔 선이 승리한다는 교훈적 의미까지.

 

어쩌면, 이것은 오늘 우리에게도 적용되리라 여겨지네요. 혹, 오늘 우리의 모습이 황금새를 독차지하기 위한 못된 영감의 모습은 아닌지. 동생을 돌보는 자가 되기보다는 도리어 이용하고 착취하려는 자의 모습은 아닌지. 누군가를 홀리고 괴롭히는 붉은 여우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뿐 아니라, 오늘 내 삶의 자리가 붉은 여우 앞에 놓여 진 것 같을지라도, 아울러 아버지를 잃은 것과 같은 슬픔 가운데 처해 있을지라도, 박희성 영감처럼 착함을, 그리고 진달래처럼 용기를, 철쭉처럼 지혜로움을 겸비하며 희망의 끈을 붙잡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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