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의 밤
이브 번팅 지음,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외국영화, 특히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녀석이 있죠. 바로 가고일이란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들이 누구냐 하면 바로 서양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지붕이나 처마 모퉁이에 서 있는 괴상한 형상의 녀석들이랍니다. 가고일의 용도가 물받이 기능을 한다고 하네요. 이런 가고일들이 공포영화를 보면 음산하게 움직이는 영상들이 간혹 등장하곤 합니다.

 

이 그림책 『가고일의 밤』 역시 그런 녀석들이 등장합니다. 가고일들이 밤만 되면 움직이네요. 하지만, 음산한 분위기라기보다는 조금은 귀엽기도 하고, 조금은 말썽꾸러기들 같은 그런 분위기네요. 낮엔 자신들의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어야만 하는 석상들. 하지만, 이들은 밤만 되면 마구마구 움직인답니다. 자신의 자리가 나쁘다고 서로 투덜거리기도 하고요. 낮에 시달린 더위를 분수대 물에 발을 담그며 식히기도 하네요. 날개가 다린 가고일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요.

 

물론,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움직이겠죠.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거죠. 하지만, 간혹 이 책에 등장하는 경비아저씨처럼 가고일들이 움직이는 장면을 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없으니, 도리어 이상한 취급을 받게 되네요. 가고일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 일부러 경비아저씨에게 드러내놓고 움직이며 놀려주기도 하고요.

 

참 재미난 그림책이네요. 꼼짝도 하지 못하는 가고일들이 밤만 되면 움직인다는 그런 상상. 우리 역시 비슷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밤새 내 물건들이 움직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상상 말이죠. 특히, 아침에 물건들을 보며, 왠지 자리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만약 그렇다면, 그 녀석들 밤에 열심히 놀다가 자신의 자리를 잊어버린 거예요. 아님, 너무 신나게 놀다 미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오늘밤에도 우리 집 물건들은 모두 안녕하겠죠?

 

이 재미난 그림책을 본 후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 건물들엔 이런 가고일들은 없지만, 혹시, 도시 곳곳에 서 있는 동상들도 가고일과 같진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떤 동상은 그늘이 있어 낮에도 시원하겠지만, 또 어떤 동상들은 완전 뙤약볕에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또 광장에 가득한 비둘기들이 자꾸 실례를 해서 언짢아하는 건 아닐까요? 왠지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동상들이 움직일 것 같네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드네요. 살아생전 지은 죄가 많았음에도 뻔뻔하게 세워진 몇몇 동상들은 다른 동상들에게 밤마다 맞는 건 아니겠죠?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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