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전홍범 지음 / 케포이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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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서로 상대에 대한 오해로 인해 끔찍한 결과를 낳을 때도 있곤 하죠. 만약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고, 서로 소통하였더라면 그런 결과가 아닌 다른 좋은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은 축복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소통함으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역시 대단히 소중한 것이고요.

 

이처럼 오해와 소통, 그리고 이해와 화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전홍범 작가의 창작아동소설인 『불새』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고군산반도에 있는 야미도를 지리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그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랍니다. 야미도라는 섬은 지금은 새만금방조제에 의해 육지가 되어버린 곳으로 낙조가 참 예쁜 곳입니다. 바다낚시 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 이곳 야미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 이 책이랍니다.

 

이야기는 소무르 별에 살던 바루라는 외계인이 우주선이 고장 나 지구라는 별의 야미도에 불시착하며 일어나게 됩니다. 지구인들의 도움으로 우주선을 고치고 다시 고향별로 돌아가길 원하는 바루는 커다란 지네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당시대는 청동기 시대이니, 하늘에서 불꽃에 휩싸여 떨어진 커다란 새, 즉 불새의 등장은 여러 가지 추측을 낳게 하죠. 특히, 민간신앙적인 측면에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서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이네요.

 

게다가 도움을 요청하러 마을을 찾았던 바루는 의도치 않게 마을의 집들을 태우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중력에 적응하지 못한 바루는 휘청거리며 집들을 건드려 수많은 집들을 무너뜨리게 되고요. 심지어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 도움을 청하려 내밀었던 손으로 사람을 으스러뜨려 죽이기까지 한답니다. 그러니,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거죠. 이미 둘 간에는 오해가 쌓여가죠.

 

또한 지구인의 입장에서 마치 괴물과 같은 형상을 가진 바루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각기 다르다는 점도 소설은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그들이 바루를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바루를 이용하여 공동체 안의 갈등구조 안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한 의도적 해석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고요. 결국 이러한 헤게모니를 향한 갈등구조 속에서 바루는 희생양이 되어 버립니다.

 

바루는 희생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을 계기로 바닷가 마을 공동체는 서로의 입장을 알게 되고, 화해의 장으로 나아가게 되죠. 마지 바루고 공동체의 평안을 위해 드리는 희생제사의 제물이 된 양 말입니다. 남태평양에서 표류해 와 십여 년 동안 마을의 권력을 잡고 민초들을 억압해 왔던 붉은머리와 그 용사들, 그리고 그들과 대항하여 다시 권력을 회복하길 꿈꾸는 예전 주류세력들인 서낭할망과 달이 그리고 금이 집단, 여기에 더하여 붉은머리의 출현과 더불어 새롭게 권력을 잡았으며 이젠 붉은머리를 내몰고 완전히 권력을 잡길 원하는 흰빛어른의 세력. 이렇게 크게 세 집단의 갈등구조는 결국 바루의 희생 사건을 통해 종말을 맞게 됩니다. 어느 쪽은 힘에 의해서, 또 어느 쪽은 대화를 통한 화해로 말이죠. 이렇게 소설은 화해와 회복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물론, 흰빛어른은 마을을 떠나게 되지만 말이죠.

 

이 소설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하답니다. 오해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통하는 거라고요.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이해함은 결국 화해의 장으로 나아가게 되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통할 수 있음이 축복인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도 이처럼 통함으로 화해와 회복이 가득하면 좋겠네요.

 

단지, 붉은머리 일당이 마을 공동체의 헤게모니를 잡고 마을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였던 일들에 대한 책임이나 추궁 없이 그저 그들 입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화해로 급진전되는 듯한 인상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분명, 그들로 인해 십여 년의 세월동안 마을 공동체의 민초들은 신음했거든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과 나를 착취하고 억압한 것들과는 조금 다른 문제 같거든요.

 

그럼에도 작가의 의도는 분명 소통을 통한 화해에 있으니, 그 의도를 보면 좋을 것 같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야기가 참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그런 좋은 아동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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