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책만 보는 매미
소공 그림, 김옥 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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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매미가 울어대는 계절이 오게 되겠죠. 예전에는 매미소리가 여름의 낭만과 연결되었다면, 요즘의 매미소리는 소음과 같다는 공식이 성립되죠.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방송매체에서도 매미 소리의 데시벨 치수를 들먹거리며 호들갑을 떨겠고요.

 

이러한 우리네 여름풍경을 생각할 때,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예쁜 동화가 있네요. 바로 『일편단심 책만 보는 매미』란 동화인데요. 이야기가 재미나면서도 참 예쁘네요.

 

여름방학을 맞이한 기념으로 늦잠을 자려던 건도는 아침부터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났답니다. 이 끔찍한 상황에 대해 건도는 민원을 넣기로 합니다. 바로 매미 주민 센터에 말이죠. 그래서 동생 건휘와 함께 매미 주민 센터 민원실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물론, 길을 모르니 만나는 매미들에게 길을 물어보며 찾아간답니다. 어떻게 매미에게 길을 물을 수 있냐고요? 동화 속에선 우리의 상상이 그대로 이루어진답니다. 이것이야말로 동화의 매력이죠.

 

이 여정 속에서 건도와 건휘는 지렁이가 땅속에서 퐁퐁 뀌는 방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며, 매미 주민 센터를 찾게 된답니다. 그런데, 건도의 민원은 이곳 마을 매미 주민 센터에서는 해결해 줄 수 없다네요. 왜냐하면, 건도네 집 앞의 나무는 왕버즘나무인데, 나무 이름에 ‘왕’자가 들어가는 나무는 모두 매미 왕립 학회 소유라는 겁니다. 그래서 주민 센터가 아닌, 매미 왕립 학회로 찾아가야 하고요.

 

또 다시 매미 왕립 학회를 찾아 떠나는 그 길은 얼마나 흥미진진할까요? 놀라지 마세요. 이 길에서 건도와 건휘는 매미 왕을 만나게 된답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위대한 왕인 매미 왕의 이름이 참 재미있답니다. 그 이름이 초코파이 6세거든요. 여러분도 침을 꿀꺽하게 되나요? 아무튼 왕립 학회에 민원을 넣는 정도가 아니라, 왕에게 직접 민원을 하게 되는 건도와 건휘의 민원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이 동화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거리는 소리를 책 읽는 소리라고 말한답니다. 물론, 우리들 책과는 다르겠죠. 나뭇잎이 매미에게는 책이네요. 나무가 종이가 되고, 종이가 책이 되니, 나무를 알면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논리랍니다. 나뭇잎의 잎맥을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암호를 아는 것이 매미들이 책 읽는 것이랍니다. 이것이 그들의 배움의 현장인 거죠. 그러니, 맴맴맴~~ 더욱 크게 소리가 난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공부한다는 의미겠죠.

 

작가는 매미나라 왕의 말을 통해, 매미소리를 견뎌내지 못하고, 호들갑을 떠는 우리들을 향해 꾸짖는답니다.

 

“그게 아니면 뭐란 말이냐? 우리 매미들이 겨우 칠 일 동안의 배움을 위해 칠 년 넘게 어두운 땅속에서 참았거늘, 칠십 년도 더 사는 인간들이 그것 좀 참아줄 수 없더란 말이냐?”

 

이러한 매미 왕 초코파이 6세의 말에 왠지 부끄러워지지 않나요? 우린 너무 나만 생각하며, 나 위주로 세상을 판단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조금도 견뎌내지 못하면서 말이죠. 7년 동안 땅속에서 매미가 되어 울 날만을 고대하였던 그들이 우는 시간이란 게 고작 칠 일밖에 되지 않음에도 우린 여전히 그조차 참지 못하고, 매미를 다 잡으려하고, 심지어 나무를 베어버리기까지 하니 조금 부끄러워지네요.

 

게다가 이렇게 매미들이 울어대는 건, 그들의 짝 짖기를 위해서임도 생각한다면, 그저 소음으로 치부할 것만은 아니라 여겨지네요. 오랜 세월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던 그들이 종족 번식을 위해(너무 생물학적 접근인가요?), 사랑을 찾아 우는 그 울음소리를 조금 참아내며, 낭만으로 이해할 순 없을까요?

 

또 하나 이 동화를 읽고 난 아이들은 앞으로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매미도 그토록 열심히 책을 읽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자극을 받아 더욱 책을 가까이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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