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소년을 찾아서
정선엽 지음 / 연지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아마도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공부하였고, 대학원에서는 신학을 공부했다. 수년간 여러 교회에서 일했지만 번번이 쫓겨났거나 달아났다.” 신학공부, 그리고 목회사역에서의 빈번한 사역지 이동. 이러한 저자의 경험(?)이 소설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은 알아주는 신학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학위만을 남겨두고 자퇴한다. 왜냐하면 꿈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젠 공부하던 그곳에서 성지순례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하며 살아간다(그래서 지리적 배경이 당연히 이스라엘일 것이라 여겼는데, 아마도 독일쯤인 것 같다).

 

이 주인공이 찾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바로 보물섬이다. 아니 이 보물섬의 지도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보물섬의 지도는 꿈을 향해 용기를 내었을 때, 갖게 된다. 예를 든다면, 주인공이 자신의 꿈(아마도 글을 쓰는 것)을 위해 신학을 자퇴하는 그런 용기를 낼 때, 보물섬의 지도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보물섬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이다. 두 갈래 길에서 익숙한 길 대신 낯선 길로 한 걸음 내딛을 정도의 용기를 갖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니, 익숙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낯선 길이라 할지라도 꿈을 향해, 한 걸음 용기를 내어 내딛었을 때, 이 한걸음으로 시작하여 종국에는 보물섬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보물섬은 오직 한곳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섬이에요. 보물섬에는 보물이 있어요. 아주 특별한 보물이에요. 오직 자기 자신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보물이랍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물섬의 장소를 알지 못해요. 음, 그곳의 지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음, 그러니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일 거예요.”(96쪽)

 

우리는 오직 나 자신만이 발견하고 볼 수 있으며 만질 수 있는 그런 보물섬을 찾았는가? 아직 찾지 않았다면 저자의 말처럼 낯선 길로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내보자. 물론, 그것이 어쩌면 용기가 아닌 무모함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무모함이 결국엔 보물섬을 발견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저자는 이 소설에서 또한 이러한 보물섬을 찾아 무모함일지도 모르는 용기를 내게 된 이유는 결국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힌 내적 갈등임을 밝히고 있다. 목사의 아들로서 언제나 거룩(?)한 길로만 가야한다는 당위성과 실제는 그렇게 못한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얽매어 놓은 운명과 꿈 사이에서의 갈등. 어쩌면 주인공(내지는 저자)이 신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목사인 아버지의 강요 내지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효심(?)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주인공은 달리기를 잘하는, 아니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부모가 정해 놓은 운명을 향해 가기 위해선 달리기가 아닌 공부를 해야 했기에. 이러한 갈등이 결국엔 보물섬을 찾기 위한 용기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과연 저자는 보물섬을 찾았을까? 아니, 보물섬을 향해 나아가는 지도를 발견했을까? 저자가 결국 자신만의 보물섬에 안착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저자의 앞으로의 삶 속에 설레는 일들이 가득하길 바란다. 이미 저자는 모퉁이를 돌았으니 말이다(저자는 책 속에서 빨강머리 앤의 대사 “모퉁이를 돌면 설레는 일이 기다릴 것”을 몇 차례 반복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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