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언덕의 안개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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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들이 참 많이 접하게 된다. 그만큼 일본추리소설 작가들의 활동이 왕성하며, 또한 우리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에 반해, 우리의 추리소설은 그 숫자적인 면에 있어 빈약한 느낌이 없지 않다. 여기 우리 한국 추리소설의 대부라고 불리는 김성종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달맞이언덕의 안개』란 제목의 단편연작소설인데, 작가가 2014년 1년 동안 부산일보를 통해, 매주 한편씩 단편소설을 연재한 것 가운데 상반기의 작품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 한다. 작가는 신문에 연재할 당시 지면상 이유로 생략한 부분들까지 다시 살려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홈스 선생이라 불리는 원로 추리소설 작가인 노준기란 인물이다. 노준기는 언제나 부산의 달맞이언덕에 있는 ‘죄와 벌’이라는 카페에서 커피와 포도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는 안개가 빈번하게 끼는 달맞이언덕에 사건이 발생하면 그런 사건들에 슬며시 개입하는 캐릭터다. 노준기의 애인은 다름 아닌 ‘죄와 벌’의 노처녀 여주인 포란 여인이다.

 

연로한 작가이며 겁이 많은 캐릭터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전재산을 털어 캠핑카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는 저돌성 내지 앞뒤 안 가리는 모습, 일견 무책임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 홈스 선생 노준기는 ‘죄와 벌’에서 온종일 포도주에 취해 살아가며, 나이 차이가 나는 애인의 육체에 탐닉하기도 한다.

 

이런 노준기의 활약이 담긴 25편의 단편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나다. 물론 추리소설이란 전제하에 접근할 때,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흔히 추리소설에서 기대하는 냉철한 판단력, 추리력으로 진행되는 내용이 솔직히 별로 없다. 게다가 많은 이야기는 추리소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지 주인공이 추리소설작가라는 점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렇기에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접근할 때, 어쩌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기대감 없이 이 책을 접근한 다면, 굉장히 재미난 책읽기가 될 것이다. 특히, 노준기가 어느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축사를 부탁받고 참가하여 연설하던 중 똥을 누는 장면, 그래서 출판기념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던 이야기인 「안개 속의 초라한 자화상」은 정말 배꼽을 잡고 웃다가 눈물을 흘릴 만큼 재미난 이야기다.

 

25편의 이야기들 모두는 제목에 ‘안개’가 등장하며, 실제 이야기 역시 꼭 안개가 등장한다. 이렇게 작가가 이야기 하는 안개는 때론 관능적이기도 하며, 때론 음침하기도 하다. 때론 안개 속에 범죄의 더러움을 감추고 있기도 하며, 때론 죽음마저 품고 있다. 또한 때론 안개 속에 눈물이 있으며, 삶의 회한이 담겨 있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안개 속에 시대적 아픔을 담기도 한다. 특히, 우리 현대사 가운데 암울한 역사를 작가는 고발하기도 한다. 정권의 공작과 고문, 그리고 빨치산과 미전향 장기수 문제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25편의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별개의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주요 등장인물이 같으며, 그 등장인물들이 순차적으로 사건들을 접하고 있는 구성이며, 실제 내용 가운데는 다른 에피소드의 내용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노준기의 가정사에 있어 오류가 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찢어진 안개」에서 노준기의 아버지는 소학교 교장이며, 큰형은 소학교 교사로 등장하지만, 어린 노준기를 대신하여 인민군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후에 빨치산이 되고, 미전향장기수로 수십년을 복역한다. 그런데, 「안개 속으로 사라진 여인」에서 노준기의 아버지는 대학교수로 언급된다. 그리고 큰 형은 어린 시절 헤어졌으며, 추후에 알아본 결과 월남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것으로 나온다.

 

또한 노준기의 아내 역시 그러하다. 「여보! 안개가 부르는 소리」에서 아들을 낳았던 첫 번째 아내는 난소암으로 32살에 죽는 것으로 나오지만, 「밤안개」에서는 아내가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후에 흑인의 아내가 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 주인공인 노준기의 가정사에 통일성을 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사소한 오류가 있음에도(물론 어쩌면 작가에게 이 부분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달맞이언덕의 안개』를 읽어가는 시간은 김성종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기쁨이 있던 시간이었다. 한국추리소설 발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는 노작가 김성종 작가를 통해, 한국추리소설의 비약을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인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역시 빨리 출간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언제 기회가 되면 부산의 달맞이언덕을 찾아 작가가 운영하는 추리문학관을 방문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 실제 있는 카페 ‘죄와 벌’에서 커피한잔 마시며, ‘도망간 여자’를 홀짝거리는 홈스 선생 노준기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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