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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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는 한 가정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성실한 가장인 아버지는 그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가장이 되어 버렸다. 호두 껍질이 그 단단함으로 내용물을 보호하듯이 튼튼한 가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호두가구’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호두가구’는 정작 가구를 만드는 사람의 가정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망하고 만다.

 

남편이 운영하는 ‘호두가구’의 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며, 마트 직원으로 취직한 어머니. 어머니 역시 예전엔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그 ‘고객’들을 하늘같이 모셔야만 하는, 힘겨운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되는 ‘감정노동자’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는 느린 손으로 인해 점차 감정이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체리피커(소설에서는 체리피커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블랙슈머라고 해야 맞을 듯)로서 상품 후기를 쓰는 재미로 살던 파워블로거인 딸 로라는 하루아침에 불량고객으로 분류되어 강제탈퇴당하고, 구입한 명품 대금을 물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결국 로라는 알바의 세계로 입문하게 되고, 용돈을 타서 대학을 다니던 오빠 로민 역시 결국엔 가정경제를 지켜내기 위해 알바의 세계로 입문한다.

 

과연 이들 가정은 안녕할 수 있을까?

 

이 소설, 『알바 패밀리』는 사실 오늘 우리 사회의 소시민들의 붕괴된 경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도리어 가벼운 문체로 이야기는 전개되어진다. 그래서 웃픈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웃기지 않다. 가볍게 이야기가 전개될지언정 웃기진 않다. 도리어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안정은 보장받을 수 없는 오늘날 수많은 ‘알바 패밀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마음이 아프고 슬플 뿐이다. 이 이야기가 웃프게 다가온다면, 그 우스움의 진면목은 냉소가 아닐까? 안녕한 삶을 지향하며, 여전히 안녕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는 수많은 안녕하지 못한 인생들을 향한 냉소. 그래서 슬프다.

 

‘죽음은 아직 농담 같았다’ 노래한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어쩌면 이들 ‘알바 패밀리’의 안녕은 아직은 농담 같다. 우리들의 안녕은 어떠한가? 여전히 웃픈 농담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이젠 행복한 진담으로 ‘안녕’이 우리 곁에 다가오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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