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 도깨비 꼬마둥이그림책 3
이상배 글, 홍영우 그림 글 / 좋은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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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도깨비』는 참 예쁜 그림책이네요. 그림이 예뻐서 ‘예쁜’ 것만이 아니라, 그 내용이 예뻐서 ‘예쁜’ 그림책이랍니다.

 

외딴 언덕의 오두막집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아주 가난한 부부가요. 그런데, 보름달이 환한 여름날 냇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 다음날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영감님은 살그머니 냇가로 나가봤답니다.

그랬더니 그곳에서는 글쎄 도깨비들이 씨름판을 벌이며 신나게 놀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 같으면 어쩌겠어요? 아마도 오늘 우리 현대인들 같으면, 지구대에 신고했을 지도 몰라요. 몰상식하게 시끄럽게 구는 녀석들이 있다고 말이죠. 아니 어쩌면, 오늘 우리 현대인들의 삭막한 마음으로는 도깨비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도깨비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 집에 다시 돌아온 영감님은 다음날 할머니와 함께 다시 그곳에 가봤답니다. 역시 도깨비들은 신나게 놀고 있네요. 이 때, 영감님의 예쁜 마음이 발휘되네요. 영감님은 부인에게 메밀묵을 맛나게 쑤어다 가져다주자고 합니다. 밤마다 저리 시끄럽게 노는데 얼마나 배가 고프겠냐고 말이죠.

 

이리하여 다음날 노부부는 실제 메밀묵을 맛나게 쑤어서 신나게 노는 도깨비들에게 가져다줍니다. 당연히 도깨비들도 감사한 마음으로 맛나게 냠냠했겠죠?

그런데, 그믐날 도깨비들이 영감님을 찾아왔답니다. 빈손으로 오진 않았겠죠? 네, 맞습니다. 보물을 잔뜩 가져왔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지 알겠죠?

 

시끄럽게 하는 도깨비들에게 더 기운내서 잘 놀라고, 더 시끄럽게 한바탕 놀아보라고 메밀묵을 쑤어주는 그 아량, 참 멋스럽네요. 오늘 우리에게 이런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이 그림책을 보며, 왠지 층간소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물론 참 고약하게도 배려하지 않고 온갖 시끄러운 소리들을 방출해내는 분들이 없지 않죠. 정말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분들이 없지 않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제 이야기 하나 할게요. 용서해주세요. 몇 년 전 이사를 했을 때예요. 위층에서 아이들이 쿵쿵 거리는 소리가 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윗집에 아이들이 있구나 싶었는데, 며칠 후 아내가 윗집에 중학생 남자애랑 초등 동생 둘, 이렇게 세 자녀가 있는 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녀석들 만나길 벼르고 있었답니다. 드디어 며칠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데, 중학생 남자애랑 함께 타고 올라왔답니다. 그래서 물어봤죠. 너 혹시 15층 아니냐고? 반갑다고. 난 새로 이사 온 14층 아저씨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이 아이가 금세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집에 동생들이 있는데, 좀 시끄럽죠? 라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정색을 하며 말했죠. 아니, 내가 진즉 해주고 싶은 말 있었는데, 괜히 아래층 신경 쓰지 말고, 동생들 마음껏 뛰놀게 하라고 했죠. 우린 괜찮으니까 걱정 말라고요.

 

그랬더니, 이 아이가 부모님에게 아래층 정말 멋진 아저씨가 이사 왔다고 자랑했다는 거예요. 그 얘기가 돌고 돌아 또 제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는데, 왠지 으쓱 해지며 기분 좋더라고요.

 

이런 기분이 도깨비가 전해준 보물과 같은 기분 아닐까 싶네요. 시끄럽게 떠드는 도깨비들에게 메밀묵을 전해주는 여유, 이젠 우리에게도 회복되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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